반의사불벌죄 폐지 추진하는 성평등가족부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반의사불벌죄를 없애야 한다며 법무부 및 국회와의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지난 28일 국정감사에서 친밀관계 폭력의 처벌과 방지를 위한 법제화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이은 행보다. 원 장관은 SNS를 통해 가족이나 연인 사이의 폭력을 단순한 사적인 갈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이는 반복되고 악화되는 성격의 중대한 범죄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주재 범정부 대응회의의 정책 기조를 반영하여 여성살해 통계를 구축하고 친밀관계 폭력 사망사건을 분석하는 한편, 가해자 격리와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관계부처의 제도적 개선 작업에도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기존 법체계가 가진 제도적 한계
가정폭력처벌법이 제정된 지 약 30년이 흘렀고 2021년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었음에도 친밀관계 폭력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폭력은 일반적인 범죄와 달리 가해자와 피해자가 사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채 폭력이 심화될 위험이 크다는 특수성이 있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는 이러한 관계적 특성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가정폭력처벌법은 배우자나 사실혼 관계 등 가정구성원 내의 폭력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일반 연인이나 결별한 연인 사이에는 임시조치나 피해자보호명령을 적용하기 어렵다. 형사처벌은 가능할지 몰라도 가해자를 즉각 분리할 보호조치가 제한되는 것이다. 스토킹처벌법 역시 법이 정한 특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보호조치가 가능하므로, 교제 중 반복되는 폭력 위험이 있어도 요건에 맞지 않으면 보호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
형사절차 중심으로의 법적 패러다임 전환
과거 1997년 제정된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목적으로 두며 가해자를 처벌하기보다 상담이나 수강명령 등을 통한 교정에 방점을 둔 '가정보호사건' 절차를 운영해 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를 90년대의 인식이 반영된 타협적 산물로 규정하며,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촉구했다. 연구진은 별도의 법을 만들기보다 가정폭력처벌법을 전면 개정하여 교제폭력까지 포괄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개정의 핵심은 보호 대상을 교제관계까지 확대하고, 기존의 보호처분 중심 체계를 형사절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검사가 사건 처분 전 재범 위험성과 피해자 상태를 조사하도록 하고, 전담 수사 인력과 재판부, 피해자 변호사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국회 움직임과 향후 입법 과제
국회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가정폭력처벌법 등을 '친밀관계폭력 처벌법·방지법'으로 개정하는 초안을 공개했다. 해당 초안은 교제관계를 법적 범위에 넣고, 반려동물을 이용한 위협이나 강압적 통제 등을 폭력의 범주로 규정한다. 또한 경찰이 법원에 임시조치를 직접 청구하고, 긴급임시조치 위반 시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근거와 함께 접근금지 범위를 2km로 넓히고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등의 감시 강화책도 담았다. 성평등부는 반의사불벌 규정 배지를 핵심 과제로 보고 법무부와 입법 방식을 협의 중이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반의사불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야 하며, 향후 교제폭력 법제화 시에도 동일한 원칙이 필요하다는 입장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