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탄생 초기의 기록을 간직한 타임캡슐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포착된 붉은 빛의 운석이 약 41억 년 전 화성의 수자원 흔적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구상에서 확보된 화성 운석 중에서도 매우 고령에 속하는 이 암석은 화성이 형성된 직후의 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일종의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 이번 발견은 현재의 극도로 춥고 메마른 화성이 과거에는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양 리우 박사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아프리카 말리 지역에서 수습된 화성 운석 '테가자 001'에 대한 정밀 분석 결과를 지난 3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공개했다. 사하라 사막에서 8개의 파편으로 분리된 채 발견된 이 운석은 전체 무게가 약 800g에 달하며, 그중 가장 큰 조각은 주먹 크기 정도이다. 이 암석은 화성 내부의 마그마가 냉각되며 생성된 뒤, 외부 천체의 충돌로 인해 우주로 방출되어 지구로 낙하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낙하 시점은 아직 불분명하다.
지하수로 스며든 물의 상호작용 흔적
연구팀은 운석 내부에 포함된 미세한 광물 결정을 정밀 조사했다. 우라늄이 납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추적한 결과, 해당 암석이 최소 41억 년 전에 생성되었음을 입증했다. 태양계 행성들이 약 45억 년 전 형성된 시점을 고려하면, 이는 화성 탄생 초기 단계의 기록이다. 현재까지 지구에서 발견된 435여 개의 화성 운석 중 이토록 오래된 표본은 매우 희귀한 사례에 해당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암석 속에 새겨진 물의 흔적이다. 연구진이 수소와 산소의 동위원소 특성을 분석한 결과, 41억 년 전 화성 표면의 물이 지표 아래로 침투해 뜨거운 암석과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 증거가 포착됐다. 이는 당시 화성에 단순히 물이 존재했던 수준을 넘어, 지하로 스며든 물이 암석과 활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역동적인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의미한다.
생명체 거주 가능성을 밝힐 '화성의 로제타석'
현재 화성은 평균 기온이 영하 60도에 달하는 건조한 행성이지만, 과학계는 과거 화성에 강이나 호수, 혹은 거대한 바다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해 왔다. 이번 운석 분석은 실제 생명체의 직접적인 증거를 찾은 것은 아니더라도, 초기 화성이 미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적 토대를 갖췄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 운석이 화성 남반구의 오래된 고지대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암석은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였던 로제타석에 비견되며 '화성의 로제타석'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번 연구는 지구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화성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물을 잃고 황량한 모습으로 변했는지 규명하는 데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할 전망이다. 양 리우 박사는 해당 운석이 화성의 역사가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고 습윤했던 시대를 증언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를 통해 실험실 환경에서 고대 화성의 생명 거주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