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성장' 선언과 820조 원의 예산안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진행된 시정연설을 통해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총 36회 언급하며 경제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선명한 'V자형 회복' 궤도에 진입했다는 분석과 함께, 특정 계층에 국한된 성장이 아닌 '모두를 위한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 프로젝트를 포함한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재정적 기반 마련을 위해 정부는 올해보다 12.8% 증액된 820조 9000억 원 규모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반도체 분야의 초과 세수를 활용한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편성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재정 투입의 한계와 규제 혁파의 부재
정부는 막대한 초과 세수를 성장 잠재력 확충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번 정책 방향이 실제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는다. 단순히 재정을 쏟아붓는 방식의 성장 전략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의 천문학적인 자본 유입이 필수적인 메가 프로젝트를 독려하면서도, 정작 산업계가 간곡히 요청해 온 고소득 및 연구개발직 대상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특례' 도입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AI 산업 전환의 핵심인 전력 인프라 확충 문제에서도 추가 원전 건설을 사회적 공론화라는 명목 아래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규제 혁신과 인프라 개선을 통해 민간 투자를 유인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근본적인 조치가 병행되어야만 성장의 토대가 견고해질 수 있다.
불확실한 세수 전망과 정책적 모순
예산안에 포함된 농어촌 기본소득과 같은 현금성 지원 정책 역시 성장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는 인텔의 주가가 28% 이상 급락하고 빅테크 기업들의 회사채 금리가 7%를 상회하는 등, AI 투자에 대한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만약 반도체 호황을 견인하던 AI 투자가 둔화할 경우, 초과 세수의 근간이 되는 재원 확보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미래대응기금의 원천이 될 추가 세수가 2029년 이후에는 고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시적인 재원을 바탕으로 계속사업을 늘릴 경우 향후 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대통령이 강조한 성장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규제 철폐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