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중심이 된 독서와 문학의 가치

나의 생활비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단연 책이다. 다른 곳에서의 소비를 줄이더라도 책을 사는 비용만큼은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매주 아이의 손을 잡고 서점을 방문해 각자 원하는 도서를 고르는 일은 우리 가족의 소중한 취미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영상 매체나 SNS, 그리고 인공지능(AI)이 화두가 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문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읽고 쓰는 행위, 즉 독서라는 문화적 토대 위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모든 사안에 효율성과 실용성을 들이대는 오늘날, 독서가 과연 어떤 효용을 갖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나와 내 아이가 책을 찾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선 '재미'에 있다. 아이는 책 속에서 발견하는 다채로운 즐거움 때문에 매번 새로운 책을 사달라고 요청하며, 나 역시 본질적으로는 같은 이유로 독서를 즐긴다. 하지만 독서의 가치가 단순히 즐거움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분명한 효용성이 존재한다.

앙투안 콩파뇽이 말하는 '문학의 경제성'

프랑스의 지성 앙투안 콩파뇽은 저서 ‘문학의 쓸모’(김병욱 옮김, 뮤진트리)를 통해 “문학은 돈이 된다!”라는 파격적인 슬로건을 제시하며 문화 전반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저자는 문학이 사회나 개인의 삶에 무용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는 독서가 가져다주는 이득이 매우 '느린 속도'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독자가 얻게 되는 수익은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두게 되는 소득과 같다.

이에 따라 그는 이제 우리가 '느림'의 가치를 옹호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AI 기술은 우리에게 언제나 '신속함'을 최우선 가치로 강요한다. 코딩과 요약, 글쓰기 등 모든 영역을 빠르게 처리하며 세상이 변했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콩파뇽은 작가의 영역에서만큼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개념이 적용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작가는 독서를 통해 천천히 역량을 쌓아야 하며, 창작의 시간 또한 과거와 마찬가지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AI 시대, 인간의 지성을 지키는 법

물론 AI가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인 것처럼 보이는 순간도 존재한다. 최근 출판 시장이 AI로 대량 생성된 콘텐츠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진지하게 문학을 탐구하거나 스스로를 성찰하며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느린 독서의 시간이 여전히 필수적이다. AI가 찍어내는 콘텐츠가 범람할수록, 자신의 지성을 갈고닦으며 읽고 쓰는 사람들의 시간은 오히려 느리게 흐른다. 결국 AI가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도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남다른 성취를 이루는 이들에게는 '느림'이라는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자는 독서가 단순히 작가를 양성하는 차원을 넘어, 수많은 독자에게 필수적인 가치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문학 독서는 타자를 인식하는 도구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와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일상을 통찰하는 수단이 된다. 나아가 문학은 개인이 받은 기존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로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직업적 기회를 포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문학을 접함으로써 우리는 자아를 넘어 타인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알고리즘이 구축한 세계에 갇히기 쉬운 현대 사회에서, 문학은 다양한 인간상과 그들의 관점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다른 지능'을 길러준다. 이러한 역량은 사회적 관계와 삶의 여러 선택지 앞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밑거름이 된다. 콩파뇽은 책의 말미에서 문학적 소양은 기다릴 줄 아는 이들에게 반드시 보상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그것은 비록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은 늦을지라도, 매우 거대한 이득을 가져다주는 투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