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기사의 거목, 최불암 배우 별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아버지’이자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향년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30일 방송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29일 밤 10시경 서울 강서구 소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숨을 거두었다.

최불암은 지난 2023년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이후 거동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로 인해 2011년부터 1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KBS 1TV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해왔으나 결국 하차하게 되었다. 이후 건강 회복을 위해 재활에 힘써왔지만, 병세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극에서 TV까지, 67년의 연기 여정

1939년생(호적상 1940년생)인 최불암은 인천 제물포구(당시 동구)에서 태어났다. 서울 중앙고등학교를 거쳐 서라벌예대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연출가로서의 꿈을 품고 1959년 극단 ‘실험극회’의 연극 <햄릿>을 통해 데뷔했다. 이후 1965년 국립극단 단원이 되며 본격적인 연기 행보를 시작했다.

그의 연기 인생은 67년에 걸쳐 영화와 드라마, 연극 무대를 종횡무진했다. 1967년 KBS 6기 특채 탤런트로 선발된 그는 20대 시절 드라마 ‘수양대군’에서 노년의 김종서 역을 맡으며 TV 데뷔를 알렸다. 이후 MBC <수사반장>(1971~1984, 1985~1989)의 박영한 반장 역으로 18년간 활약했으며, 국내 최장수 드라마인 <전원일기>(1980~2002)의 양촌리 김 회장 역과 MBC <그대 그리고 나>(1997~1998)의 캡틴 박 등으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으며 ‘국민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스크린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빛과 그림자>(1967), <여마적>(1968), <만종>(1970), <파계>(1974), <영자의 전성시대>(1975), <바람불어 좋은날>(1980),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 수많은 명작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대중의 사랑을 받은 아이콘이자 사회적 활동

고인은 고개를 젖히며 ‘파하~’ 하고 웃는 특유의 웃음소리가 트레이드마크였다. 이러한 친근한 이미지는 1990년대 유머집인 ‘최불암 시리즈’의 유행으로 이어졌고, 수많은 방송인이 그의 웃음을 성대모사하며 전 세대의 사랑을 받았다. 2018년에는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를 통해 25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기도 했다. 또한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와 MBC <수사반장 1958>에 특별 출연하며 여전한 연기력을 과시했다.

정치권에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1992년 통일국민당 비례대표로 제14대 국회의원(전국구)을 지냈으나,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서울 영등포구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1996년 <전원일기>를 통해 다시 배우의 길로 돌아왔다.

시사교양 진행자로서도 활약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를 진행했으며,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인의 밥상>을 이끌었다. 올해 5월에는 그의 생애를 담은 MBC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가 2부에 걸쳐 방영되었다. 당초 고인의 출연이 기대되었으나,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재활에 집중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족으로는 배우 김민자와 아들 동녘, 딸 동비 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