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혁신을 기리는 프리 갈리앵 시상식 개최
의약품과 의료기술의 과학적 성취를 기념하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노벨상', 프리 갈리앵 시상식이 제20회를 맞아 개최됐다. 갈리앵재단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이번 시상식에서 올해의 수상 제품과 기업들을 공식 발표했다고 1일 밝혔다. 1970년 프랑스에서 기원을 둔 프리 갈리앵은 혁신적인 의료 기술의 가치를 증명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통한다.
이번 시상식에서 최우수 제약제품상의 영예는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제인 '플루빅토'에게 돌아갔다. 방사성리간드 치료제인 플루빅토는 2022년 미국 허가 이후 항암화학요법 이전 단계 및 호르몬민감성 전립선암으로 적응증을 확장해왔다. 기존의 외부 방사선 치료 방식은 암 부위 외에 주변의 정상 세포까지 손상시킬 위험이 있었으나, 플루빅토는 암세포를 정밀하게 타격하는 방식을 택했다.
플루빅토는 루테튬(Lutetium)이라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암세포 표적물질에 결합해 정맥으로 주입하는 원리를 사용한다. 약물이 전립선암 세포에 달라붙은 뒤 방사선을 방출하며 암을 집중 공격하는 식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플루빅토는 지난해 전 세계 매출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를 달성하며 전년 대비 43%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노바티스 측은 링크트인을 통해 이번 수상은 전립선암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의 결실이라며 영광을 표했다.
혈액뇌장벽 넘은 혁신적 효소 전달 기술 '아블라야'
최우수 바이오상은 데날리테라퓨틱스의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아블라야'가 차지했다. 헌터증후군은 특정 효소가 결핍되어 당사슬 물질이 체내에 쌓이면서 인지기능 저하나 장기 손상을 유발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기존의 정맥투여형 효소대체요법은 혈액뇌장벽(BBB)을 통과하기 어려워 뇌 관련 증상을 다스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데날리는 '트랜스포트비히클' 기술을 아블라야에 접목해 효소가 뇌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아블라야는 올해 3월, 신경학적 손상이 심화되지 않은 체중 5kg 이상의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라이언 와츠 데날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수상에 대해 바이오의약품을 혈액뇌장벽 너머로 전달하기 위해 수년간 수행해온 선구적 연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가던트헬스의 대장암 선별검사인 '실드'가 최우수 의료기술상을, 신닥스파마슈티컬스의 백혈병 치료제 '레부포지'가 최우수 희귀질환 치료제상을 각각 수상했다. 스타트업 부문에서는 스트랜드테라퓨틱스(바이오)와 사이언스코퍼레이션(의료기술·디지털헬스)이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무대에서 빛난 국제상과 한국의 약진
같은 날 진행된 국제 프리 갈리앵에서는 더 넓은 범위의 혁신작들이 선정됐다. 최우수 제약제품상은 머크의 '키트루다'와 버텍스의 유전자 편집 치료제 '카스게비'가 공동 수상했다. 바이오 부문에서는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 그리고 리제네론과 사노피의 '듀피젠트'가 공동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의료기술 부문은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의 '이보크(EVOQUE)'가, 희귀질환 부문은 이뮤노코어의 '킴트랙'이 차지했다.
한국의 의료 혁신 기술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개최된 '프리 갈리앵 코리아'에서는 유한양행과 오스코텍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최우수 제약제품상을 공동 수상했다. 또한 알테오젠, 바이오니아, 닷, 아델도 역시 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국가별 수상작이 국제상 후보로 추천되는 구조인 만큼, 한국의 혁신 약물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