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익 폭증 속 노동자 몫은 급락

인공지능(AI) 산업의 확산으로 인한 반도체 초호황이 기업들의 수익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으나, 정작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소득 비중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 경제가 연간 3.6%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일자리 투자 전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한겨레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국민계정(계절조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피용자보수가 차지하는 '노동 몫'의 비중은 41.1%에 머물렀다. 이는 전년 동기(47.9%) 대비 6.8%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분기별 비교가 가능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피용자보수는 임금에 사용자의 사회보험료 부담분을 합산한 값이다. 반면 자본 투자를 통해 얻은 소득인 총영업잉여의 비중은 지난해 43.9%에서 올해 51.9%로 급증하며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벌어지는 격차, 구조적 불균형 심화

피용자보수 비중의 추이를 살펴보면, 2010년 1분기 43.2%에서 시작해 13년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며 2023년 48%대에서 안정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인 호황기에 접어든 지난해 4분기 46.8%를 기록한 이후, 올해 2분기 41.1%로 단 반년 만에 5.7%포인트나 급락했다. 과거 2016~2018년 반도체 호황기에는 기업과 노동의 소득 격차가 3%포인트 이내였으나, 현재는 그 차이가 10.8%포인트까지 확대된 상태다.

이번 분석은 한국은행이 연말에 발표하는 연간 단위의 노동소득 분배율과 달리, 반도체 특수에 따른 부가가치 변화를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방법론을 적용해 분기별 GDP를 기준으로 산출했다. 임금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상반기 피용자보수는 전년 대비 7.9% 증가했으나, 영업잉여가 38.7%라는 기록적인 급증세를 보이며 GDP를 견인함에 따라 상대적 비중이 낮아진 것이다. 이는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반도체 업종의 특성과 메모리 수출 단가 상승에 따른 이익이 주로 영업잉여로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성과급 쏠림 현상과 일자리 투자 필요성

당분간 노동 몫의 비중이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 이익은 제품 가격 변동에 즉각 반응하지만, 임금은 연간 단위의 협상과 차기 성과급 지급 체계를 거치며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년 1분기 대기업의 성과급 지급 시점에 수치가 개선될 수 있으나,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격차는 다시 벌어질 위험이 있다. 설령 반등하더라도 그 혜택이 대기업 원청 직원에게만 집중되는 '성과급 양극화'가 우려된다. 장지연 위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메모리 기업 원청 직원의 평균 급여는 1억 4천만 원인 반면, 상장 협력사 15곳의 평균은 2,900만~5,100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성장이 고용과 노동소득으로 연결되는 투자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지연 위원은 AI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특수 세수를 인재 양성을 위한 미래대응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년층에게는 경력 형성의 기회를, 중장년층에게는 기술 전수의 역할을 부여하자는 취지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 또한 현재의 시장 메커니즘으로는 반도체 이익의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확보된 재정을 실업급여, AI 전환 직업훈련,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 등 사회 안전망과 고용 복지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