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판단하는 AI와 로봇의 시대
인공지능(AI)이 독자적인 판단력을 갖추고 로봇이 실무를 수행하는 '초자율 사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서울신문이 주최한 제11회 서울미래컨퍼런스(SFC)는 어제 서울신라호텔에서 개최되었으며, 이번 행사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주도하는 미래의 모습을 '초자율 사회'라는 개념으로 정의하며 논의를 시작했다.
과거 공상과학 영화의 소재였던 장면들은 이제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단순한 질의응답 수준에 머물던 챗봇 형태의 AI는 이제 스스로 업무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단계로 진화했으며, 로봇과의 결합을 통해 물류와 제조 현장까지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AI 혁명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이미 시작된 현재의 사건임을 강조했다.
데이터로 증명된 AI의 영향력과 한계
기술의 변화는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한국은행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중 51.8%가 이미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사례와 비교했을 때 약 두 배에 달하는 높은 수치다. AI 도입의 결과로 근로자들의 시간은 평균 3.8% 절감되었으며, 전일제 근로자 기준으로 주당 약 1.5시간의 여유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확보된 유휴 시간이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되지는 못했다. 기술의 습득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이를 뒷받침할 일하는 방식의 변화나 보상 체계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AI가 생산성을 약 2% 포인트가량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기술 자체만으로는 사회적 패러다임을 바꾸기에 부족하다. AI가 산업 전반에 안착하는 동시에 교육, 노동, 금융 시장이 유연하게 변화해야만 한다. 반도체와 통신 분야에서 앞서가면서도 경직된 구조와 낡은 관행을 극복하지 못해 성장의 결실을 놓친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격차 해소와 공존을 위한 설계의 필요성
AI 활용 능력이 고학력 및 고소득층에 집중되면서 사회적 격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AI에 수동적으로 의존하는 집단과 AI를 도구 삼아 업무 완성도를 높이는 집단 간의 분리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컨퍼런스에서는 과거 로마 시민들이 빵과 서커스에 안주하며 정치를 외면했던 상황이 언급되기도 했다. 다만 경력이 짧은 근로자일수록 AI를 통해 더 많은 시간을 아꼈다는 결과는, AI가 오히려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절약된 시간을 로마인들처럼 소비에 낭비할지, 아니면 그리스인들처럼 토론과 성장에 투입할지는 인류의 선택에 달려 있다.
결국 핵심은 정교한 설계에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모든 구성원이 AI의 혜택을 누리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구상은 공존을 위한 구체적인 설계도 없이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위험이 크다. 단축된 시간이 실제 성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조직 구조와 보상 시스템을 재편해야 하며, 기술 소외 계층인 저소득·저숙련 근로자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초자율 사회의 성공 여부는 기계의 지능 수준이 아니라, 인간이 새로운 질서를 얼마나 주도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AI와의 공존은 우리 시대가 마주한 가장 중대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