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뇌세포에서 발견된 높은 유전자 변이율
엄마의 자궁 속에 있는 태아의 뇌세포 4개 중 1개꼴로 유전적 결함이 관찰되지만, 이러한 세포들은 출생 시점에 대부분 소멸한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일반적으로 인체의 모든 세포는 동일한 유전 정보를 공유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세포 분열 과정에서 유전자가 통째로 유실되거나 수량이 늘어나는 변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뇌세포는 이러한 변화에 매우 취약하며, 유전 정보의 미세한 불균형만으로도 자폐증, 조현병, 뇌전증, 지적장애와 같은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 보스턴아동병원의 크리스토퍼 월시 교수와 하버드 의과대학의 피터 박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태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주기에 걸친 뇌세포 유전자를 정밀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질병 없이 사망한 기증자로부터 확보한 태아(임신 14~25주)와 영아, 그리고 90세 이상의 노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대뇌피질에서 총 2,357개의 뇌세포를 추출해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개별 세포의 유전체 전체를 읽어내어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
유전적 결함이 있는 세포의 소멸 과정
분석 결과, 태아의 뇌세포 중 평균 25.9%에서 염색체 전반에 걸친 대규모 유전자 증폭이나 결손이 확인되었다. 특히 태아의 대뇌피질에서는 세포 분열 시 염색체 조각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 뭉쳐진 '소핵'이 다수 발견되었는데, 이는 유전 정보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연구팀은 이러한 태아 뇌세포의 변이 양상이 수정란의 초기 분열 단계나 암세포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함 세포들은 출생을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한다. 유전적 이상이 큰 뇌세포의 비율은 태어난 직후 태아 시기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변이 규모가 작은 세포들은 출생 후에도 완만한 감소세를 보인다. 6건의 기존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 6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체 뇌세포의 약 13%가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포유류의 뇌가 출생 전후로 세포의 30%가량 스스로 사멸하는 현상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뇌 발달의 핵심인 '유전체 품질 관리'
연구진은 그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뇌세포의 대량 사멸 현상이 사실은 유전적 결함이 있는 세포를 걸러내는 정교한 과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결함이 있는 유전체를 가진 세포를 제거하는 행위가 발달 과정 중 수행되는 필수적인 '유전체 품질 관리'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전자 이상이 있는 세포들이 우선적으로 제거된 결과, 살아남은 세포들에서는 자폐나 발달장애 관련 유전자가 발견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다.
연구팀은 출생 전후의 시기가 성인이 될 때까지 유지될 정상 유전체 세포를 확보하는 결정적인 골든타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연령대의 뇌를 비교한 방식이기에, 동일 인물의 뇌세포가 사멸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또한 임신 7~9개월 차에 해당하는 태아의 뇌 샘플을 확보하지 못해 해당 시기의 직접적인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