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논의 중단된 한미 안보협의회
대한민국과 미국의 국방장관이 제58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개최 시점을 내년 초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당초 한국 정부는 이번 연말 SCM을 통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전환 목표 연도를 확정 지으려 했으나, 미 군부 측이 조속한 권한 이양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회의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8일,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 참석 중이던 강신철 한국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은 별도의 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내년 초 SCM을 열기로 약속했으며, 오는 12월에는 워싱턴에서 국방장관 간의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연례 행사인 SCM이 해를 넘겨 개최되는 것은 28년 만의 일이다. 이러한 지연의 핵심 원인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과정과 구체적인 전환 시점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이로 분석된다. 양측 장관은 전작권 전환 시점에 대해 '적기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미국의 '새 조건' 제시와 한국의 대응 과제
현재 이재명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 늦어도 2028년까지는 전작권을 환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미 군부는 이른바 '새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현 상태에서는 전환을 위한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양국은 지난 2015년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과 목표에 합의한 바 있으며 한국은 이를 성실히 이행해 왔다. 그럼에도 미국이 돌연 새로운 조건을 추가한 것은 전작권을 조기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만약 한국이 미국의 일방적인 조건 변경을 계속 수용한다면, 전작권 환수는 영구히 지연될 위험이 있다.
정상 간 결단을 통한 돌파구 마련 필요
올해 SCM이 예정대로 열렸다면 양측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마무리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관점에서는 차라리 회의가 연기된 것이 전략적으로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다만, 지연된 시간 동안 한국은 전작권을 조속히 전환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미국에 증명하며 설득에 나서야 한다. 만약 미 군부가 여러 명분을 내세워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한다면, 한국 정부는 전작권 확보를 위한 새로운 경로를 모색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달 뉴욕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 당시, 이 대통령이 전작권 전환에 관한 한국 측 입장을 피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향후 두 정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G20 정상회의에서 재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상 간의 만남을 계기로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전환 시기를 확정 짓고, 이를 내년 초 SCM에서 공식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결국 양국 정상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