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경력 뒤에 숨겨진 일과 삶의 본질
한국 중식계를 대표하는 거장,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중식당 ‘호빈’의 총괄 셰프인 후덕죽(77)이 자신의 첫 저서인 ‘기본에 대하여’(문학동네)를 세상에 내놓았다. 요리사로서는 이례적으로 호텔신라 임원직까지 역임하며 화려한 이력을 쌓아온 그는, 이번 책을 통해 단순한 성공 신화가 아닌 일과 인생 전반을 관통하는 ‘기본’이라는 가치와 그에 따른 차분한 철학을 전달한다.
초심을 붙잡는 빵의 기억과 네 가지 키워드
지난 2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후 셰프는 무엇보다 ‘초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1968년 양식당 ‘그릴’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반죽한 빵이 오븐 속에서 부풀어 오르던 경이로운 순간을 언급했다. 그는 업무 중 마주하는 고비마다 그 시절의 감각을 떠올리며 어려움을 극복한다고 밝혔다. 책에는 그가 처음 만든 빵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에 대한 기억과 함께 근성, 방향성, 호기심, 사람이라는 네 가지 핵심 키워드를 통해 그의 인생관을 풀어냈다.
주방을 지키는 고집과 후배를 향한 겸손
후 셰프에게 기본이란 곧 ‘주방’과 ‘고객’을 의미한다. 그는 요리사의 가장 큰 책무가 주방을 지키는 것이라 믿는다. 임원 회의 중에도 영업 시간이 다가오면 주방으로 향하는 모습이나, 미슐랭 가이드 도입 시기에 기존의 음식 스타일을 바꾸기보다 손님과 쌓아온 기준을 고수하기로 했던 결단이 책에 담겨 있다. 또한, ‘흑백요리사 시즌 2’에서 보여준 겸손한 태도와 여유로운 사고방식은 책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선배의 권위가 경력이나 명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이 부여해 주는 것이라 말하며, 낯선 환경에 도전하며 후배들과 보조를 맞추려는 의지를 보였다.
제자 양성을 향한 마지막 목표
5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현역으로 활동해 온 그의 종착지는 결국 ‘기본’과 ‘정석’으로 수렴된다. 그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체력이 허락하는 한 많은 제자를 길러내어, 더 많은 고객에게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결국 그에게 남은 가장 큰 목표는 후배 요리사들을 양성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