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사각지대 드러낸 빅테크의 신상 유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신상정보가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에 의해 노출되는 사태가 반복되자, 국회와 정부가 기업의 보호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29일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방송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현재 영상물과 복제물, 편집물 등에만 국한되어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 5 내 '온라인 유통 방지 정보'의 범위를 '피해자 신상정보'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행법으로 기업의 신상 유출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지 질의한 것에 대해, 방미통위 측이 현행 제도의 한계를 인정하며 법 개정 필요성을 답변하면서 가시화되었다.

그간 구글은 성범죄 피해자의 신상을 검색 결과에 노출해 2차 가해를 유발한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피해자가 촬영된 사이트를 검색 결과 상단에 배치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자동 연관 검색어로 생성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해온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2020년 'n번방' 사건 당시에도 구글은 피해자의 성명과 직장 등을 관련 키워드로 연결해 노출했으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직장 내 따돌림이나 성희롱, 부당해고 등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최근에는 외부 연구기관인 'ㄹ' 사이트에 피해자의 신상이 포함된 삭제 요청서 전문이 구글 측에 의해 직접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기업 책임 묻는 법 개정의 핵심 쟁점

현재 시행 중인 법률은 포털 운영자의 유통 방지 의무 대상을 영상물로만 한정하고 있어, 피해자의 신상정보는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방미통위의 관례적 해석에 따르면, 불법촬영물 관련 검색어 삭제 의무 역시 영상물 링크에만 적용될 뿐 피해자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정보는 제외된다. 이러한 법적 공백 때문에 피해자를 특정하는 연관 검색어의 생성이나, 기업이 직접 신상을 유출하는 행위조차 규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이주희 의원은 피해자 신상정보를 유통 방지 대상에 명시하고, 이를 확산시킨 기업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방미통위는 실무적인 우려도 표명했다. '이름'과 '학교' 혹은 '직장'처럼 일상적인 단어가 조합되어 신상이 특정되는 경우, 이를 기술적으로 선별해내는 작업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방미통위는 이주희 의원실에 답변을 통해, 개별 단어는 문제가 없더라도 조합을 통해 신상이 드러날 때 포털 사업자가 이를 사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 혹은 오판으로 인해 일반적인 검색어가 제한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노출 제한 조치를 위해 사업자에게 신상정보를 제공하는 행위의 적법성 여부도 논의 대상이다.

플랫폼의 중립성 논란과 제도적 보완책

성범죄 피해자들을 대리해온 법무법인 혜석의 박수진 변호사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사업자에게 무조건적인 정보 탐색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신고나 삭제 요청이 접수되면 이를 신속히 이행하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은 이미 피해자의 요청을 통해 문제가 되는 단어 조합을 인지하고 있으므로 조치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신상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현재 이미 삭제 요청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업자에게 신상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이를 조치의 근거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궁극적으로 플랫폼 기업이 성범죄 확산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이 더 이상 디지털 성범죄물의 중립적 관리자가 아니며, 오히려 피해자 정보를 가공해 신상을 특정하는 연관 검색어를 생성하고 전달하는 행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관련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일반 규정에만 의존하고 있어 별도의 규율이 부족한 상태다. 현재 성범죄 피해자 신상 유출을 금지하는 유일한 법안인 성폭력처벌법은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양벌 규정이 없고, 대법원 해석상 수사나 재판 중인 피해자에게만 국한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손솔 진보당 의원은 해당 조항에 양벌 규정을 신설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