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이름 '이훈우'를 향한 9년의 여정
서울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와 도쿄의 연구자, 그리고 뉴욕의 금융정보업무 종사자가 뜻밖에도 조선의 첫 근대건축가를 추적하는 여정에 나섰다. 공간서가에서 출간된 '이훈우를 찾아라'(김현경·딜런 유·황두진 지음, 3만 2000원)는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세 저자가 세상에 가려져 있던 건축가를 발굴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황두진 저자가 '이훈우'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시점은 2017년이었다. 단 세 글자의 이름에서 시작된 이 탐구는 9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467쪽 분량의 단행본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들의 여정 사이에는 2020년 발표된 '건축가 이훈우에 대한 연구' 논문과 2021년 한겨레가 보도한 '조선 최초 근대건축가는 박길룡 아닌 이훈우'라는 기사가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했다.
국경과 시공간을 넘나든 비대면 추적 작전
기존 학계에서는 1929년 서울 성북동의 김연수 주택을 설계한 박길룡을 조선의 첫 근대건축가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황두진은 이보다 5년 앞선 1924년에 이훈우가 천도교 관련 근대 건축물을 설계했다는 근거를 발견하고 이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이 게시물은 황두진의 페이스북 친구인 딜런 유의 관심을 끌었고, 이어 김현경이 연구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팀이 꾸려졌다. 이들은 각자가 머무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 온라인 검색과 사료 검증을 수행했다. 그 결과 이훈우가 일본 나고야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했다는 점과 그의 생몰연도를 밝혀냈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활용한 비대면 회의를 통해 진행된 이 추적 작업은 이훈우의 동문과 가족, 그리고 그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을 수집하며 더욱 깊이 있게 전개되었다.
미지의 영역을 채우는 유쾌한 연대의 힘
처음에는 '이훈우라는 인물이 무엇이기에'라는 의구심을 품고 책을 접할 수도 있으나, 독자는 곧 그 생각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저자들은 권위적이거나 지나치게 엄숙한 태도를 버리고, 유쾌한 연대를 통해 역사의 공백을 채워내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성공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마주했을 때 보여주어야 할 이상적인 태도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