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조건 이견에 멈춰선 두코바니 프로젝트
유럽 시장 진출의 핵심 거점으로 기대를 모았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이 시공 계약 협상 결렬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9일, 대우건설 및 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추진해 온 두코바니 원전 시공 계약 협상을 공식적으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한수원 측은 실무 협상 단계와 이견조정위원회 운영 등을 통해 원만한 합의점을 찾고자 다각도로 노력했으나, 핵심적인 계약 조건들을 두고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가적 차원의 중대 사업이 국내 기업들 사이의 조율 실패로 인해 차질을 빚게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K-원전 재도약의 상징성 위협받나
지난해 6월 수주가 확정된 이번 두코바니 사업은 과거 탈원전 기조를 극복하고 한국 원전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상징하는 중대한 이정표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확산과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 국면에서, 세계적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각인시킬 최적의 기회로 평가받아 왔다. 따라서 한 치의 오차 없이 신속하게 추진되어야 할 이 프로젝트가 내부 기업 간의 의견 충돌로 인해 지연되는 현 상황은 매우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공사비 산정 방식 둘러싼 15개월의 갈등
15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 협상이 결국 결렬로 끝난 근본 원인은 공사비 산정 방식을 둘러싼 대립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수원은 계약 시 확정된 금액 내에서 시공사가 모든 비용 상승분을 책임지는 '총액 확정 계약' 방식을 고수해 온 반면, 시공사 측은 물가 상승 등 늘어난 비용을 추후 정산받는 '단가 정산 방식'을 요구하며 맞서온 것으로 알려졌다.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팀코리아' 내부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함에 따라 시공사 자체를 교체해야 할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했으며, 이로 인해 2029년으로 예정된 착공 목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신뢰 회복을 위한 신속한 대처 필요
체코 원전 사업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6년 만에 거둔 성과이자 유럽 지역에서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비록 이번 협상 결렬이 사업 자체의 무산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공사 교체 과정에서 발생할 공정 지연이나 법적 분쟁 가능성이 프로젝트 전체의 안정성을 해칠 위험은 존재한다. 한수원은 팀코리아의 기술력과 사업 관리 역량이 세계 시장에서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당면한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재입찰 절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팀코리아의 결속력을 약화하거나 한국 원전의 대외 경쟁력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