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형식을 넘어선 개인적 취향

미셸 슈나이더가 저술하고 이창실이 번역한 동문선의 신간(316쪽, 1만 8000원)을 접하며, 필자는 바흐에 대한 깊은 지식 없이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마주한다. 클래식 음악에 정통하지 않은 이들에게 클래식 FM은 가사 없는 순수한 음악적 형식을 즐기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특정 백작을 위한 수면용 음악이라는 배경 설화나 그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필자가 이 곡을 재생하는 유일하고도 명확한 이유는 오직 글렌 굴드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다.

괴짜라는 수식어 뒤에 숨겨진 예술가

글렌 굴드는 더운 날씨에도 외투와 모자, 목도리, 장갑을 겹겹이 착용하는 독특한 습관을 지녔다. 연주 전에는 항상 따뜻한 물에 20분간 손과 팔을 담가 준비하며, 네 다리를 톱으로 잘라 만든 낮은 접이식 의자를 휴대하는 인물이다. 사람들은 그를 전형적인 '괴짜 예술가'로 정의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특징에 매몰되지 않는다. 세상에는 수많은 개성 있는 예술가가 존재하며, 단순히 괴짜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예술적 진정성을 가늠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소리 속에 스며든 영혼의 울림

글렌 굴드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결정적 이유는 그의 목소리에 있다. 이어폰을 통해 볼륨을 높이면 바흐의 선율을 따라가거나 스스로의 내면을 쫓는 듯한 그의 허밍이 들려온다.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화려한 기교와 비교했을 때 그 차이를 명확히 규정하기는 어려울지라도, 그의 연주 속에는 분명히 목소리가 존재한다. 마치 그의 영혼이 소리에 녹아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타인의 영혼을 마주하는 순간은 거창한 외침보다 오히려 작은 웅얼거림이나 머뭇거림, 혼잣말 같은 찰나에 머물러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던지는 존재론적 질문

굴드의 목소리를 들으며 필자는 인공지능(AI)이 과연 영혼을 소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도달한다. AI가 바흐를 연주하는 기술적 완성도는 인간보다 뛰어날 수 있으며, 적절한 프롬프트가 있다면 통주저음과 유사한 허밍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피지컬 AI가 구현하는 외형은 굴드의 두꺼운 외투보다 훨씬 파격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AI가 굴드처럼 고독을 스스로 겪으며 피아노 속에 자신을 완전히 녹여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고독을 통해 자신을 지워낼 수 있다면 그 영혼을 인정해야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매우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