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넷이 보여준 닷컴 버블의 전조

1999년 1월,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의 인기 구단인 볼티모어 레이번스의 경기장 외벽과 전광판에는 PSI넷의 로고가 새겨졌다. 홈구장 명칭마저 PSI넷 스타디움으로 변경되었다는 소식에 금융가는 열광했다. 설립 10년 차를 맞이한 이 IT 서비스 기업은 1억 달러 이상의 거액을 투입해 경기장 명명권을 확보했다. 당시의 투자는 성공적인 듯 보였으며, 이듬해 레이번스가 슈퍼볼 우승을 차지하며 그 효과가 증명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는 PSI넷이 추진하던 공격적 확장 전략의 일환일 뿐이었다.

당시 PSI넷은 기업용 전용 인터넷 회선과 초고속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대여하며 인터넷 시대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전자상거래 지원을 비롯해 인터넷 보안 및 결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96년 4,000만 달러에도 못 미치던 연간 매출액은 2000년에 이르러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과 전 세계를 잇는 광섬유망을 선점해 접속료 수익을 올린 덕분이었으며, 인터넷 혁명이라는 시대적 광기에 사로잡힌 월가의 전폭적인 지지 또한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수익성보다 성장에 매몰된 투자 전략

PSI넷은 수익성보다 매출 성장과 시장 점유율에만 집중하면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월가의 투자 기조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주가 역시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1995년 상장할 당시 12달러였던 주가는 2000년 3월 60달러까지 치솟았다. 회사는 신주 발행과 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매달 수 개의 기업을 인수하는 공격적인 M&A를 단행하며 매출 규모를 키웠다. 늘어난 매출을 발판 삼아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여 재투자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1999년 연간 순손실이 4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채권시장은 위험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2000년 6월까지 안정적이었던 채권 가격은 단 3개월 만에 현금 부족 문제가 불거지며 반토막 이하로 추락했다. 같은 해 11월 초, 분기 실적이 14억 달러의 순손실로 발표되자 주가는 단 하루 만에 50% 이상 폭락했다. 버블이 붕괴하며 시장의 자금은 안전 자산인 국채로 이동했다. 2000년 초 6.8%였던 미국 장기 국채 금리는 그해 12월 5% 미만으로 하락했다.

AI 인프라 투자에 투영된 시장의 경고

최근의 흐름도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기업에 AI 연산 인프라를 대여하는 코어위브의 채권 가격이 액면가의 80% 아래로 급락했다. 한때 138달러를 기록했던 주가 역시 6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 속에서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 아래로 내려앉았다. 2000년의 사례처럼 채권시장은 급증하는 인프라 투자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AI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회의론은 파국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김성재 퍼먼대 경영학 교수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