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군부대 시설 이전과 침수 방지, 보행 환경 개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병대 제1사단과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댔다.

해병대 제1사단은 지난 27일 오천신협 세계지점에서 김태준 작전부사단장을 비롯해 오천읍 민관군협의회 및 포항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전차 및 군수대대 이전 사업을 비롯해 침수 예방을 위한 배수시설 정비, 구 오천사격장 환경 개선, 부대 인근 도로 확장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780억 규모 배수시설 개선…예산 확보가 최대 관건

간담회에서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배수시설 개선 방안이 집중 논의되었다. 오천읍 주민들은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 사고 이후 군부대 주변의 배수 체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주민들 측은 힌남노 당시 포항시와 해병대 1사단이 용덕리 일대의 CCTV 영상과 시뮬레이션을 검토한 결과, 냉천이 범람하기 전부터 부대 내에서 방출된 다량의 물이 주택가 침수를 유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배수시설 개선 공사는 아직 착공에 이르지 못했다. 해병대 측은 포항특정경비지역사령부 울타리 인근 배수로를 정비하는 데 약 78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사업비가 500억 원을 넘어서는 만큼 국방부의 사업타당성조사 대상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관련 용역비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부대 안에 우수 저수지를 만들고 펌프를 가동해 도구해수욕장 쪽으로 물을 빼내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도구 방향의 대규모 배수로 설치를 중기 계획에 포함하는 한편, 오천 방향의 배수로 약 850m를 확장하는 방안도 논의되었다. 해당 확장 사업의 목표 시점은 2027년에서 2028년 사이로 잡고 있다. 다만 대규모 배수로 사업은 타당성조사 용역비 확보와 같은 후속 절차가 필수적이며, 오천 방향 확장 사업 역시 세부적인 추진 계획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해병대는 이미 관련 연구용역을 완료했으나, 국방부의 타당성조사 대상에 선정되지 못해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군부대 이전 지연과 토양오염 조사 및 도로 확장

군부대 이전 사업의 현황도 공유되었다. 해병대에 따르면 당초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전차 및 군수대대 이전 사업은 2031년까지로 기간이 연장된 상태다. 현재 동해면 일대에 이전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지만, 전체 대상지 중 7필지의 매입이 지연되고 있다. 해병대는 해당 토지에 대한 수용 절차를 밟아 부지를 확보할 계획이나, 원활한 토지 매입 여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구 오천사격장 부지의 환경 문제도 논의의 대상이었다. 해병대 측은 토양오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기초 및 정밀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며, 이 과정은 약 3~4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사 과정에는 포항시를 포함한 지자체와 민간 관계자가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군부대 인근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오천 문덕 간부숙소 맞은편의 협소한 도로에 인도를 설치하는 방안도 포항시 추진 방향에 맞춰 논의되었다. 구체적인 사업 범위와 일정은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이상휘 국회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오천읍 주민들이 수십 년간 군사시설로 인한 소음과 생활 불편을 겪어왔으며, 시설 이전 지연과 침수 피해 문제까지 겹친 상황임을 언급했다. 그는 관련 현안을 심도 있게 살피고 관계기관과 협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주민 생활과 직결된 현안의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지만, 예산 확보와 토지 매입, 추가 조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명확히 드러났다. 지역 현안의 실질적 성과를 위해서는 사업별 일정과 지연 사유를 구체화하고 민관군이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