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확보 실패한 양대 진영과 아랍계의 약진
이스라엘 총선 결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여권과 그에 맞선 반대 진영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정국이 극심한 교착 상태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이번 선거에서 아랍계 정당들이 예상보다 큰 세력을 확장하며 정국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27일 현지 시각 기준으로 집계된 출구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 연합은 53석을, 가디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변화 진영'은 48석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아랍계 정당들이 19석을 차지하며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상황이다.
중앙선관위는 28일 밤 9시를 기점으로 전체 투표의 89.8%가 집계되었다고 발표했다. 선관위는 일반 투표함의 대부분이 개표되었으나, 추가적인 검수가 필요한 용지들로 인해 최종 발표가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약 43만 명에서 48만 표에 달하는 부재자 등 특수 투표인 '이중 봉투' 표가 아직 집계되지 않은 상태다. 이들은 29일 새벽부터 개표를 시작해 이날 저녁쯤 마칠 예정이며, 이에 따른 최종 결과는 29일 오후에 발표된 후 11월 4일에 공식 공표될 예정이다. 의석 하나당 약 4만 표의 가치를 지니는 만큼, 남은 부재자 표가 최종 정계 구도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아랍계 정당의 역사적 의석 확보와 연정의 난제
네타냐후 정권을 축출하려는 아랍계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양대 아랍계 정당인 공동명부가 12석, 라암이 7석을 기록하며 총 19석이라는 사상 최대 의석을 확보했다. 이는 기존 최고 기록인 15석을 뛰어넘는 수치로, 이들이 향후 정부 구성의 '킹메이커'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연정 구성은 난항이 예상된다. 네타냐후와 아이젠코트 양측 모두 아랍계 정당과의 직접적인 연합을 공약으로 내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젠코트는 아랍계 정당과 공식 연정은 하지 않더라도 국정 운영 과정에서 그들의 지지를 받는 방식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아랍계 정당들은 네타냐후 정부의 타도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네타냐후의 공격과 야권의 침묵 속 불안한 정국
정국 혼란이 재현될 조짐이 보이자 네타냐후는 아랍계 정당과 유권자들을 향해 거센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투표 과정부터 아랍계가 "선거를 도둑질했다"고 주장해 왔으며, 개표 결과 발표 직후에도 지지자들을 향해 "테러를 옹호하는 아랍 정당들에게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비난했다. 네타냐후는 반시온주의 성향의 아랍 정당에 의존하는 정부는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며, 국가의 적을 섬기는 자들과 손을 잡는 것은 국가적 수치라고 강조했다. 리쿠드당 역시 경찰과 신베트, 중앙선관위에 아랍계 투표소 수백 곳에 대한 조사를 공식 요청한 상태다.
반면 아이젠코트와 나프탈리 베네트,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등 야권 지도자들은 아랍계 정당의 약진에 대해 별다른 언급 없이 침묵을 지켰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이러한 침묵이 네타냐후와의 거국내각 구성이나 재선거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유대계 야당 대표 중 민주당의 야이르 골란만이 아랍계 정당의 정부 참여 필요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한편 유세프 자바린 공동명부 대표는 네타냐후 축출을 위해 정치적 협력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며, 직접적인 연정 참여가 아니더라도 대안 정부를 외부에서 지원하는 방식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하레츠는 반네타냐후 진영이 총 67석을 확보한 점을 들어 이번 선거가 네타냐후 축출을 향한 결정적 승리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아랍계 정당을 포용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