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현행 검사 체계의 한계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안경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사전 등록제 도입과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안경광학과교수협의회 AI 스마트안경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임현성 을지대 안경광학과 교수는 29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현재 시행되는 대책이 주로 육안 검사에만 치중되어 있어 감독관 개개인의 숙련도와 주관적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별도의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 교사가 AI 안경을 육안으로 정확히 식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최신 스마트안경은 제어 회로와 배터리가 안경테 내부에 매립되어 있어 일반적인 도수 안경과 외형상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체계적인 식별 가이드나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현장에서 부정행위 기기를 찾아낼 가능성은 매우 높다.

기술적 특징을 활용한 식별법과 실무 교육의 필요성

스마트안경은 일반 안경과 달리 카메라 렌즈 모듈, 안경테 측면의 제어 버튼, 충전 단자 등 구조적 특징을 지닌다. 또한 렌즈 내부 디스플레이에서 발생하는 빛 반사 현상도 주요 식별 포인트다. 임 교수는 특정 제품의 외형을 단순히 암기하기보다는 안경다리의 두께나 카메라 홀, 충전 핀의 위치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단순히 사진이나 문자로 된 매뉴얼을 배포하는 것만으로는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식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감독관들이 실제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확인하는 실습 위주의 교육과 모의 시험장 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당장 올해 수능에 적용할 수 있는 대책으로는 핵심 특징을 요약한 식별 가이드 카드를 각 시험장에 배치하고, AI 안경의 반입 금지 및 사전 신고 의무를 명확히 공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험생 응시권 보호와 제도적 차원의 근본적 대책

AI 안경은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어 시험 문제를 촬영한 뒤 AI가 분석한 해설을 렌즈 내부 자막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음성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아 부정행위 위험성이 매우 높으며, 입실 시 일반 안경을 착용했다가 시험 도중 스마트안경으로 교체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사전 검사만으로는 완벽한 차단이 어렵다.

따라서 시험 중 의심스러운 행동이 발견되더라도 즉시 안경을 강제로 벗기거나 제출하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는 시력 교정이 필요한 수험생의 응시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의심 정황을 기록한 뒤, 확인과 소명 절차를 쉬는 시간이나 시험 종료 후로 분리하여 진행함으로써 수험생의 집중력을 보호하면서도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AI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사법처리와 같은 강력한 법적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임 교수는 내년부터 교육부 차원의 '표준 시험 관리 규정'을 제정하고, 대학별 학칙 강화와 더불어 관계 부처가 공동으로 AI 안경 안전 이용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평가 방식 자체를 단순 암기형에서 비판적 문제 해결형으로 전환하는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