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제주 농업의 전략
김태균 제주도농업기술원장은 26일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주 농업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는 단순히 작물을 많이 생산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품질 향상과 시장 수요에 맞춘 판매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공과 체험, 치유를 결합한 6차 산업으로의 확장이 제주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기후변화에 대해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는 이중적인 관점을 피력했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감귤의 착색이 늦어지거나 열과 피해가 발생하는 등의 부정적 측면이 존재하지만, 모든 작물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아열대 과수의 재배 영역이 넓어지고 난방비 지출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으므로, 작물별로 변화하는 기후에 적합한 유리한 조건을 찾아내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득 구조의 불안정성 해소와 규모화·다양화 전략
현재 제주 농업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월동채소의 높은 의존도와 그에 따른 가격 변동성 문제도 언급되었다. 감귤은 생산액이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 월동채소는 작황에 따라 농가 수입이 급변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월동채소를 대체할 새로운 소득 작목을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다. 김 원장은 모든 농가가 소규모로 분산 재배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가공 및 유통과 연계할 작목은 일정 규모로 집적화하되 소규모 농가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의 규모화와 다양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와 스마트팜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농업 혁신
농업 현장의 인공지능(AI) 도입 현황에 대해서는 데이터 축적이 최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2024년부터 토양과 기상, 병해충, 농가 경영 등 총 40종의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여 맞춤형 서비스 플랫폼인 ‘제주DA’를 구축하는 중이다. 또한 고령 농업인들이 제주 사투리로 작업 내용을 말해도 이를 인식해 정리해 주는 음성 기반 영농일지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 농가별 경영 데이터를 분석해 적절한 비료량을 제안하거나 기상 상황과 작물 생육에 맞춘 농작업을 안내하는 AI 영농브리핑 서비스도 추진할 예정이다.
스마트팜의 발전 방향 역시 단순 자동화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정밀 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가 올 때 온실 창문을 닫거나 설정 온도에 따라 장치가 작동하는 것은 자동화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작물의 생육 단계와 환경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물과 양분을 최적의 상태로 공급함으로써 품질과 수량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제주형 저비용 스마트 제어 및 데이터 관리 플랫폼인 ‘제빛나’를 통해 농장별 생육·환경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기상과 토양 수분, 당도 등을 종합 분석해 최적의 관리 방식을 찾아내고 있다.
치유농업을 통한 농가 수익원 다변화
제주만의 자원을 활용한 치유농업의 성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되었다. 농업과 농촌 자원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건강을 돌보는 치유농업은 곶자왈, 오름, 감귤원 등 제주의 독보적인 자연환경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농업기술원은 2022년부터 치유농장을 조성해 현재까지 27곳을 운영 중이며,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52명의 2급 치유농업사 자격 취득자를 배출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도내 치유농장 8곳이 국가로부터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농산물 생산에 관광과 가공, 치유를 더함으로써 농가의 수익 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김 원장은 생산량 증대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품종을 육성하고, 생산부터 가공, 유통, 체험까지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AI와 스마트농업 기술을 접목하면 비용은 줄이면서 품질은 높일 수 있다. 기후변화와 인력 감소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도 작목과 생산 방식을 혁신한다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