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함과 여유를 담은 주행 경험

제네시스의 SUV 라인업인 GV80 하이브리드는 압도적인 공간감과 정숙함이 첫인상을 결정했다. 실내는 넓은 공간을 제공해 안락함을 주었으며, 외부에서 유입되는 바람 소리나 노면의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단력이 뛰어났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과정까지 소음 없이 고요한 움직임을 유지했다.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 도심과 강원도 인제군 일대에서 총 591㎞를 주행하며 성능을 점검했다. 제네시스가 지난달 6일 선보인 브랜드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이 차량은 장거리 주행 내내 운전자에게 '위로'를 건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남은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 없이 온전히 운전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조작하는 대로 즉각 반응하면서도 요란하지 않은 움직임이 특징이다. 600㎞에 가까운 거리를 달리는 동안 운전자가 차의 상태에 신경 쓸 일이 드물었기에 심리적 여유와 함께 피로도도 낮아졌다. 주행 모드에 따른 반응도 명확했다.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모드에서는 페달이 묵직해지며 세밀한 가·감속 조절이 가능했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페달 반응이 경쾌해져 운전의 즐거움을 더했다.

912km 주행거리와 탑승객을 향한 배려

주행 가능 거리 측면에서는 912㎞라는 최대 수치가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주었다. 이틀간 591㎞를 주행했음에도 연료 보충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 출발 시 890㎞였던 주행가능거리는 주행 후에도 322㎞가 남아 있어, 편도 기준으로 국내 상당 지역을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다만 평균 연비는 13㎞/ℓ를 기록해, 후륜 5인승 기준 복합연비 12㎞/ℓ를 제시한 제조사 측 수치보다는 높았으나 타 브랜드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수치는 아니었다.

탑승자를 고려한 직관적인 설계도 눈에 띄었다. 디지털 공조 화면은 조작 시 촉각 피드백을 제공해 운전 중에도 사용이 용이했으며, 인포테인먼트 기능 역시 물리 버튼을 통해 즉각 제어할 수 있었다. 다만 무선 충전 공간이 협소하고 충전 속도가 다소 느려 별도의 케이블을 사용해야 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2열 좌석의 편의성 또한 탁월했다. 노면 요철이 심한 국도나 미시령옛길 같은 굽은 길에서도 탑승자들은 몸이 쏠리는 현상이 적고 아늑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리클라이닝 기능을 통해 등받이가 뒤로 눕혀지며 몸을 감싸는 듯한 안락함을 제공했으며, 후석 취침 모드나 전동식 차양 기능은 휴식을 취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디지털 경험과 주행 보조의 개선 과제

반면 디지털 기술의 적용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발견되었다. 현대차그룹이 신형 그랜저나 아반떼에 도입한 LLM 기반의 '글레오 AI'를 포함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레오스 커넥트'가 제네시스 고급 모델인 이 차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대화형 음성 비서의 부재와 더불어 운전석 화면이 스티어링 휠에 가려져 시야가 답답하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주행 보조 시스템의 안정성도 아직은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 시 차로 유지 기능이 반 박자 정도 늦게 작동하여, 굽은 길에서는 차선에 밀착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운전자가 직접 조향에 개입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으며,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변경할 때도 차가 급격하게 자세를 바로잡는 듯한 불안정한 느낌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