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전망 뒤에 가려진 의문들

정부가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그리고 AI 데이터센터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워 국가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내놓았을 때, 시장은 환호했다. 지난 6월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시점이었기에,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후속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기대감은 점차 불신으로 변했다. 초광역특구의 전력 공급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한다는 소식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10일 언급한 '전격전'을 위해 환경영향평가와 예비타당성 조사 등 주요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겠다는 방침까지, 정책의 방향성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고소득 연구개발직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논의는 우려를 낳았다.

사회적 합의를 무너뜨리는 특별법의 위험성

박상혁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 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초광역특구법)은 이러한 불안감을 확신으로 바꿨다. '메가특구법 저지와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을 위한 공동행동'의 분석에 따르면, 해당 법안의 18조부터 174조에 이르는 조항들은 건축, 토지, 교통, 교육, 의료, 노동 등 우리 삶의 전 영역에서 기존 법률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법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는 그간 우리 사회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아온 소중한 사회적 합의들을 한꺼번에 무력화할 위험이 크다.

노동권 침해와 과로사 위협의 심화

가장 심각한 지점은 노동 관련 규정이다. 당초 소득 상위 3%인 연구개발직에만 국한될 것으로 보였던 주 52시간제 제외 대상이 '관리자'와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로 대폭 확장되었다. 또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면서, 이론적으로는 3개월 동안 주 69시간을 근무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간 역시 현행 2년의 두 배인 4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권역별로 특구를 지정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이 법안과 맞물리면, 전국적인 장시간 노동과 고용 불안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 대통령은 문제의식이 부족해 보인다. 지난 23일 규제합리화위원회에서 그는 노동계가 초과 노동에 대한 할증 임금 지급을 전제로 의심을 품고 있다고 언급하며, 그다음 단계는 건강권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박 의원의 법안이 가산수당 미지급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고소득 연구직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추가 수당인지, 아니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적당한 노동인지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과로사 산재를 인정받은 삼성전자의 40대 연구원 ㄱ씨는 뇌졸중 발병 직전 주 60시간, 한 달간 주 평균 54시간 43분을 근무한 바 있다.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현재의 모순

이 대통령은 과거에 지금과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2023년 3월 8일,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을 주 최대 69시간까지 늘리는 개편안을 발표했을 당시, 야당 대표였던 그는 "노동시간을 늘려 생산을 높이려는 시대는 끝났다"며 정부의 경제관을 비판했다. 당시 그는 워라밸이 국민의 당연한 권리임을 강조하며, 정부가 시대착오적이고 반노동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행보가 당시의 신념과 배치됨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생각을 바꾼 합리적인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