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현금 흐름 경고등과 AI 투자 회의론
미국 뉴욕 증시의 시가총액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단 하루 만에 약 1조 달러(한화 약 1336조 원) 가량 증발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투입된 막대한 자본이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통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력한 매도세가 나타난 결과다.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근본적인 원인은 AI 기술의 수익화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다. 이번 3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며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확충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으며 향후에도 투자를 지속할 계획임을 밝혔으나, 투입된 비용 대비 수익이 회수되는 속도가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FCF)에 적신호가 켜졌다. 메타플랫폼스, 알파벳, 아마존은 모두 마이너스(-) 현금 흐름을 기록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플러스(+) 상태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규모가 줄어들었다. 이는 AI를 위한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현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앤스로픽 신용등급 우려와 자금 조달 압박
빅테크의 현금 창출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자금 조달 부담도 시장의 불안을 부추겼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앤스로픽의 대규모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블랙스톤은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이 기업공개(IPO) 이후에도 한동안 '정크본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앤스로픽은 '북극성 계획(프로젝트 노스스타)'을 통해 2045년까지 AI 인프라 분야에 8000억 달러 이상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보유한 1120억 달러의 현금 외에도 IPO를 통해 1000억 달러를 확보하더라도, 회사채 발행 등 추가적인 외부 자금 동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낮은 신용등급은 보험사나 연기금의 투자 제한을 불러와 자금 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더 높은 이자 비용을 발생시켜 AI 테마 전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승자와 패자의 갈림길: AI 생태계의 재편
기술주 하락의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추가 하락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야후파이낸스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이후 S&P500 기술업종이 10% 이상 급락한 사례는 6차례였으며, 그중 4차례는 14~27%에 달하는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트루이스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키스 러너는 시장이 이제 단순한 수요 증가를 넘어, 투자가 실질적인 순이익과 현금 흐름으로 전환되는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요크빌 아이브스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현재 상황을 AI 테마의 종말이 아닌 '선별의 시기'로 정의했다. 그는 메타와 스페이스X 등의 사례를 볼 때, 이번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시장을 주도할 '파괴자(승자)'와 도태될 '파괴당하는 자(패자)'가 명확히 갈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인프라와 클라우드 주도권을 가진 빅테크, 그리고 MS나 팔란티어처럼 AI 에이전트를 플랫폼에 결합한 소프트웨어 및 보안 기업을 승자로 꼽는 반면, 매출 성장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전환 비용만 늘어나는 기업들은 매도 대상인 패자로 분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