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열풍 뒤에 숨은 자금 조달의 그림자
미국 반도체 지수가 단 하루 만에 7.2%라는 기록적인 낙폭을 보인 가운데, 인공지능(AI) 산업의 막대한 투자 비용과 자금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31일 약 4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증시각도기TV'에 따르면, 곽상준 매트릭스투자자문 대표는 해당 영상에서 미국 증시 급락의 핵심 원인으로 AI 기업들의 과도한 현금 지출과 향후 자금 조달 문제를 지목했다.
이날 시장의 하락세는 매우 가팔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2% 하락했으며, 나스닥지수 역시 2.86% 밀려났다. 특히 인텔은 28.58%라는 기록적인 폭락을 기록했고, AMD와 에이알엠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또한 각각 4%와 5%대의 하락세를 나타내며, 반도체 업종을 넘어 AI 관련 기업 전반으로 하락 압력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기업의 실질적 현금 창출 능력이 관건
곽 대표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AI 산업의 미래 성장 잠재력에서 기업이 실제로 창출하는 '현금'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산업의 성장세 자체는 인지하고 있으나, 기업이 지속적으로 얼마만큼의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즉,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주주 배당을 실시하거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는지가 투자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아마존이 언급되었다. 곽 대표는 아마존의 최근 12개월 잉여현금흐름(영업 수익에서 설비투자 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이 424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아마존의 잉여현금흐름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투자자들이 이러한 막대한 현금 지출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향후 주가 향방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AI 사업을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입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주가 하락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데이터센터 산업과 국내 증시 전망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자금줄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곽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를 인용하며, 투자사 블랙스톤이 AI 기업인 앤트로픽에 대해 상장 이후 투자등급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는 투자등급 획득 실패가 곧 채권 발행의 어려움으로 직결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전체 규모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이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데이터센터 산업 전반에 타격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한 조정 과정을 거쳤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곽 대표는 한국 시장이 이미 충분한 타격을 입은 상태라고 언급하며, 미국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한국 증시는 하락분을 회복하는 흐름을 보이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증시의 추가적인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국내 투자 심리 또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