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 둔화되는 원·달러 환율과 수출 호조의 힘

원·달러 환율이 네 달 연속으로 내림세를 기록한 가운데, 미국의 중간선거와 고용 지표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분야의 수출 실적이 원화 가치를 지지하고 있으나, 최근 미국 기술주들의 조정 국면과 중동 지역의 불안으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세가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저지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기준으로 1334.30원을 기록했다. 이는 9월 말의 1352.80원과 비교했을 때 18.5원가량 하락한 수치다. 월평균 환율 추이를 살펴보면 6월 1527.95원에서 시작해 7월 1488.92원, 8월 1404.35원, 9월 1358.75원으로 꾸준히 낮아졌다. 10월의 평균 환율은 전월 대비 22.35원 하락한 1336.40원으로 집계되며, 6월과 비교하면 총 191.55원이 내려앉았다. 다만 월간 하락 폭이 8월 84.57원에서 9월 45.60원, 10월 23.05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어 하락 속도는 완만해지는 양상이다.

미 선거와 고용 지표가 몰고 올 금융시장 변동성

그동안 환율 하락을 이끌었던 주요 동력은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과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수입업체들의 결제 수요가 발생하면서 환율 하락세가 제동을 걸고 있다. 여기에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이 국제 유가 상승을 유발하며 원화 가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코스피가 3.48% 폭락하고 외국인이 1조 6000억 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2.5원 하락했다. 이는 달러 약세 기조와 수출업체의 달러 공급이 시장의 상승 압력을 상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가 2.86% 급락한 영향으로 이번 주 초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변동성을 키울 핵심 변수는 미국 정치와 경제 지표다. 현지 시간으로 3일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가 대표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민주당이 의회 내 의석을 확보할 경우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으며, 이것이 기술주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6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10월 고용보고서 역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고용 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를 유발할 수 있는 반면, 고용 둔화가 확인되면 달러 약세가 강화될 수 있다.

국내 경제지표 발표와 향후 환율 전망

국내에서도 3일 10월 소비자물가와 5일 9월 국제수지 등 주요 지표들이 잇따라 공개된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 호조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감은 원화 강세의 기반이 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증시의 조정이 외국인 자금 흐름에 미칠 파급력과 중동 정세, 미국의 정치적 변수들에 따라 환율이 급등락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외적인 달러 강세 압력이 존재하더라도 한국의 견조한 수출 실적에 따른 달러 공급이 환율 상승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금리 변수보다 이미 시장에 반영된 금리 인상 기대보다는 실물 수급 상황이 환율 향방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