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조정 속 빛난 분산투자 전략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종목 구성 방식에 따라 수익률이 극명하게 갈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기술주들이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조정을 받는 사이, 헬스케어 등 다른 업종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며 종목 비중을 고르게 분산한 동일 가중 상품이 높은 성과를 거뒀다. 최근 한 달간 종목별 비중 차이에 따른 수익률 격차는 무려 10%포인트에 육박했다.
2일 ETF체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월 2일부터 11월 2일까지 'TIGER 미국S&P500동일가중'은 4.19% 상승하며 눈에 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TIGER 미국S&P500'은 1.42% 하락했으며, 상위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KCGI 미국S&P500 TOP10'은 5.69%나 급락했다. 결과적으로 동일 가중 방식이 일반형보다 5.61%포인트, 상위 종목 집중형보다는 9.88%포인트 높은 수익을 올린 셈이다.
종목 비중 차이가 만든 극단적 수익률
이러한 차이는 S&P500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은 같지만, 개별 종목을 담는 비중 설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했다. 시가총액 규모에 따라 비중을 결정하는 일반형과 달리, 동일 가중 상품은 정기적인 조정을 통해 모든 종목의 비중을 균등하게 유지한다. 덕분에 특정 대형주의 주가 변동이 전체 펀드 수익률을 흔드는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구성 종목을 살펴보면 그 차이는 더욱 명확하다. 'KCGI 미국S&P500 TOP10'의 경우 엔비디아(20.24%), 애플(20.11%), 마이크로소프트(14.94%) 등 단 세 종목이 전체 비중의 55.29%를 점유하고 있었다. 'TIGER 미국S&P500' 역시 세 종목의 합산 비중이 21.33%에 달했다. 반면 동일 가중 상품은 가장 높은 비중을 가진 모더나가 0.31%에 불과했으며, PTC(0.29%), 액센추어와 일루미나(각 0.27%) 등 종목들이 매우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순환매 장세와 향후 투자 전망
최근 미국 증시는 AI 투자 규모 자체보다 실제 수익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마존,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막대한 AI 인프라 비용을 지출하는 기업들의 이익 창출 능력이 주가 향방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며 기술주에 부담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헬스케어, 소재, 유틸리티 업종으로 자금이 확산되는 순환매 양상이 나타났고, 국채금리 하락이 중소형주와 금리 민감 업종의 환경을 개선했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시장 흐름이 AI 대형주에서 방어적 성격의 가치주로 이동했다고 분석하며, 헬스케어와 소형주로의 자금 유입이 지수 하락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시장은 기업 이익의 확산 범위와 금리 추이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대형주 외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가속화되면 동일 가중의 강세가 이어지겠지만, AI 수익성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어 기술주 중심의 반등이 시작되면 일반형이나 집중형 상품이 다시 유리해질 수 있다.
김상율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본부장은 시가총액 가중 지수가 주도주 교체를 반영하는 핵심 자산으로서의 역할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동일 가중 상품을 상위 종목 쏠림 현상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이 자산 배분의 분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