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죽적 사고'로 증명한 배려의 가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은 중식 대가 후덕죽(77) 셰프가 주목받고 있다. 5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주방을 지켜온 그는 후배들에게 조리 도구를 아낌없이 내어주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으로 '셰프들의 셰프'라는 명성을 얻었다. 특히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그의 태도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덕죽적 사고'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후 셰프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신간 <기본에 대하여>(문학동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를 공유했다. 그는 평생 지켜온 요리의 근간으로 '믿음과 베풂'을 강조하며 호텔신라 재직 시절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두 달간 실습을 마친 학생이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을 때, 요리를 제대로 맛보지 못한 그를 위해 직접 양장피를 만들어주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누군가에게 베푼 작은 친절이 상대에게는 평생의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평가의 기준을 넘어선 주방의 자부심
대가의 여정에도 불구하고 평가의 잣대 앞에서 고뇌했던 순간은 있었다. 2016년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 시장에 상륙했을 당시, 그는 서양식 기준에 맞춘 중식당들의 경향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향과 맛의 깊이가 중식 특유의 색깔을 잃어가는 듯한 모습에, 그는 30년 넘게 고수해온 자신의 요리 스타일을 바꿔야 할지 갈등했다. 하지만 그는 미쉐린의 별보다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단골손님들이 더 소중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자신의 요리 방식을 유지한 결과, 첫해에 별을 획득하지는 못했으나 주방에 대한 자부심은 오히려 더욱 견고해졌다.
후배들을 위해 남기는 네 가지 원칙
이번 에세이에는 58년 경력의 노하우가 응축된 네 가지 원칙인 근성, 방향성, 호기심, 그리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는 요리계의 젊은 후배들을 향해 모든 과정이 너무 급해 보인다는 아쉬움을 전하며, 쉽고 빠른 길은 없기에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끈기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동안 바쁜 일정 탓에 출간 제안을 여러 차례 거절해왔던 그가 이번에 책을 낸 이유는 오직 후배들을 위해서였다. 스스로를 여전히 '선배가 되어가는 과정'이라 정의하는 그는 체력이 허락할 때 후배 양성을 위한 유산을 남기고자 결심했다.
주방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인 이유
1994년 호텔신라에서 조리사 출신으로 임원 자리에 올랐던 시절에도 그의 최우선 순위는 언제나 주방이었다. 임원 회의가 길어져 점심시간이 임박하면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자리를 뜨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방송 출연으로 큰 인기를 얻은 현재도 그는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중식당 호빈의 주방을 지키고 있다. 그는 요리사에게 있어 손님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주방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기본 소양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