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불복이 불러온 AI 판사 도입론
대통령이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합법적임을 주장하며 'AI에게 물어봤다'는 표현을 사용한 데 이어, 이번에는 여당 재선 의원이 'AI 판사'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26일,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은 사안을 언급하며, 해당 재판부를 정치적이고 정파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이와 관련해 AI 판사를 도입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야당의 유력 정치인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준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을 품고, 판사라는 직책 자체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특히 피고인이 판사를 고소하거나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왜곡죄(형법 123조의 2) 도입 논의 등 위헌성 논란이 있는 제도적 장치들까지 마련된 상황에서, 여전히 사법부의 판단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기술적 한계와 헌법적 가치의 충돌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지식 산업 전반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적 판단을 AI에게 위임하는 선진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과거의 판결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가질 수 있는 편향성 문제와 더불어, 판단의 근거를 명확히 규명할 수 없는 '블랙박스' 현상 등 기술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허위 판례로 인해 법조계가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질문자의 의도에 따라 가변적인 답변을 내놓는 AI의 판단을 사법적 권위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더 나아가 헌법적 관점에서의 충돌도 피할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이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여기서 말하는 법관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AI 판사 도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행 헌법의 근간을 수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치적 수사와 현실의 괴리
설령 최 의원의 발언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 파급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탄핵'이나 '정치적 화형' 같은 극단적인 언어들이 일상화되면서 시민들의 감각은 무뎌지고 있다. 검찰 개혁 과정에서 형사사법 체계의 균열이 발생하며 서민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연간 8억 원 이상의 세금을 지원받는 국회의원의 이러한 발언이 국민적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정작 인공지능 개발 기업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할 수 있는 AI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는 현실과 대조를 이루며, 일각에서는 차라리 'AI 국회의원'을 도입하라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