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원가 상승이 불러온 스마트폰 시장의 위기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부가 메모리 부품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2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지면서, 업계의 시선은 애플의 대응책으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부품 비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수익성 방어를 위해 고가형 제품 위주로 판매 구조를 개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부품 가격 상승은 애플에게도 피할 수 없는 과제인 만큼, 오는 3일 예정된 실적 발표에서 애플이 어떠한 제품 판매 전략과 원가 절감 로드맵을 공개할지가 관건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 단가 상승으로 인해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이익률 방어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다만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경우 시장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 제조사들의 고심을 깊게 만들고 있다. 옴디아의 분석에 따르면 올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급감한 2억 5470만 대를 기록하며, 2013년 이후 3분기 기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요 위축과 양극화되는 글로벌 시장 구조
가격 인상 여파로 신흥 시장의 소비자 부담이 커진 점도 출하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의 3분기 출하량은 전년 대비 5% 줄어든 5780만 대를 기록했으며, 샤오미(29% 감소, 3070만 대)와 오포(39% 감소, 2340만 대) 등 중국 브랜드들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옴디아의 산얌 차우라시아 수석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과 화폐 가치 하락이 구매력을 약화시켜 소비자들이 기기 교체를 늦추거나 중고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북미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구조와 다양한 보상 판매 프로그램 덕분에 상대적으로 견고한 수요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 여파로 중저가 라인업의 판매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평균 판매 단가가 올라가며 매출액 자체는 늘었으나, 3분기 사업부에서 발생한 6000억 원의 적자는 피하지 못했다. 이로써 삼성은 2분기 7000억 원 적자를 포함해 두 분기 동안 총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은 4분기에도 높은 메모리 가격이 이어지며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판매량은 줄더라도 금액 기준의 성장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의 고심과 프리미엄 전략의 향방
메모리 공급난은 애플에게도 심각한 위협이다. 애플의 2026회계연도 3분기 매출총이익률은 50.1%를 기록했으나, 관세 환급 효과를 제외하면 전 분기보다 1.2%p 하락한 48.1% 수준에 머물렀다. 팀 쿡 당시 CEO는 매출총이익률 하락의 주된 원인이 환율보다 메모리 비용 상승에 있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존 터너스 애플 CEO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메모리 공급 제약이 '절대적인 위기'라고 경고하며, 중국산 부품 사용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200달러 미만 저가형 스마트폰 출하량이 약 4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프리미엄 시장은 연평균 7%씩 성장할 것으로 보여, 제조사들은 가격 민감도가 낮은 고가 제품군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제품의 믹스를 개선하고 폴더블 및 에이전틱 경험을 강화해 상위 모델 중심의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삼성은 최근 갤럭시 Z 폴드와 플립 시리즈, 갤럭시 S 시리즈의 출고가를 잇달아 인상하며 가격 정책을 강화해 왔다.
애플 또한 맥북과 아이패드, 아이폰 18 프로 시리즈의 가격을 인상하며 대응하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된 '아이폰 듀오'의 국내 출시가가 329만 원에 달하는 등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 경영진은 메모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100년 만의 홍수'에 비유하며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시사했다. 오는 3일 열리는 애플의 실적 설명회에서는 신임 존 터너스 CEO 체제 아래 메모리 원가 상승에 대응한 구체적인 가격 및 제조 전략이 공개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