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공급망 주도권 쥐기 위한 국가적 메가프로젝트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하여 한국의 핵심 경쟁력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량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거점을 수도권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 단위로 확장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2일 산업계의 발표에 따르면, 반도체 양대 산맥의 실적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 시대를 처음으로 열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매출 105조 원과 영업이익 83조 원이라는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다. 양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합산하면 435조 7,000억 원에 달하는데, 이는 정부의 2027년도 예산안인 821조 원의 절반을 상회하는 막대한 규모다.

용인·서남권·충청권으로 뻗어 나가는 반도체 생산 라인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극대화해 AI 가속기 성능을 결정짓는 HBM의 수요는 향후 2~3년간 공급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AI 칩 개발과 국가적 AI 인프라 확충이 이어짐에 따라, 국내 생산 거점을 넓히는 것은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주도권을 유지할 핵심 열쇠가 된다. 정부는 용인, 서남권, 충청권을 중심으로 이 거대한 흐름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우선 용인은 팹(fab) 완공 시기를 앞당겨 5년 안에 메모리 생산 능력을 현재의 두 배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지난달 1공구 조성 공사에 돌입했다. 800조 원 규모의 메모리 팹 4기가 들어설 예정인 서남권 역시 제2의 생산 거점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팹 부지 인근의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를 두고 미국 측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며, 무안군 보상 관련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또한, 충청권은 기업의 참여가 더해지며 투자 규모가 기존 81조 원에서 392조 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5일 온양사업장의 증설 공사를 시작했다.

인프라 확보와 지역 산업 생태계 구축이 성패 가른다

반도체 생산 기반의 전국적 확산은 협력업체 유입과 전문 인력 수요를 창출하며 지역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국토 균형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과 공정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 시설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AIDC)가 함께 들어설 경우 전력 수요는 더욱 폭증할 전망이어서, 송전망과 발전 설비, 용수 공급 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지방 대학과 연계한 인력 양성 및 교통망 확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준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개별적인 대형 투자 사업들을 국가 차원의 공통 기술 및 투자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