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건 중독자들의 처절한 회복 투쟁
마약과 중독, 그리고 단약과 재발이라는 단어들은 대중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점선면의 유경선 에디터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밀착 취재하며 기록한 ‘끊는 사람들’ 기획은 중독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생존의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중독 당사자들에게 약물을 끊는 행위는 단순히 습관을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사투와 같습니다. 실제로 약물 사용 문제가 있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자살 사망 비율이 16배나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썬(40·가명)의 사례는 중독의 고통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는 약을 끊고자 하는 간절한 의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재발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는 자책감에 시달렸습니다. 그의 회복을 돕던 후원자 역시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을 만큼, 중독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삶까지도 처절하게 파괴하는 질병입니다.
가족의 희생과 통제 불가능한 의료 시스템의 허점
중독자 곁에서는 ‘공동의존’이라는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합니다. 특히 자녀의 중독 문제로 고통받는 부모들의 삶은 처참합니다. 한 부모 모임에서는 자녀의 방 앞에 매트리스를 깔고 잠을 청하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으로 꼽혔습니다. 가족들은 자녀의 상태에 따라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자녀의 재발을 자신의 돌봄 부족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를 갉아먹습니다. 전문가들이 가족들에게 ‘자신의 삶부터 챙기라’고 권고하는 이유는, 보호자가 먼저 심리적 안정을 찾아야 중독자를 도울 수 있는 비상 산소마스크의 원리와 같기 때문입니다.
의료 체계의 허점 또한 중독을 심화시키는 원인입니다. 영재(25·가명)의 사례처럼, 한 환자가 항불안제와 진통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여러 병원에서 중복 처방받아 오남용하는 것을 막을 강제적인 시스템이 부족합니다. 아버지가 서울 전역의 정신과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아들의 투약 이력을 확인해야 할 정도로 현행 시스템은 구속력이 약합니다. 또한 ADHD 치료제와 같은 의약품의 경우, 의사의 신중한 판단과 보호자의 관리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안내가 이루어지지 않아 두아(15·가명)처럼 약물을 과복용하거나 일반의약품에 손을 대는 '오디(OD)'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10대의 의약품 중독 인구수는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으며, ADHD 치료제 처방량은 최근 몇 년 사이 2.5배 급증했습니다.
무너진 회복 공동체와 '회복계 셀럽'의 이면
여성 중독자들은 남성보다 더욱 가혹한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대다수가 남성의 권유로 약물을 시작하며, 회복 모임의 주축도 남성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성적인 편견 섞인 시선에 노출되기 쉬워 회복 활동가로서의 성장이 어렵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독 회복을 이끌어야 할 생태계 자체가 부패했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모델을 도입한 다르크(DARC)는 한국에서 사실상 실패한 모습입니다.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은 입소자 성추행과 금전 관리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뒤 자살했으며, 인천 다르크 센터장은 여성 중독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후에도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이들은 약을 끊었다는 서사로 주목받는 이른바 '회복계 셀럽'들입니다. 이들이 공공기관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특정 인물이 졸피뎀 상습 투약 의혹을 받는 등 회복의 주축들이 변질되는 모습은 중독자들에게 큰 절망을 안깁니다. 마퇴본부는 준비되지 않은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문제가 발생하면 은폐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현장의 실무자들은 낮은 급여로 인해 높은 퇴사율을 보이는 반면, 상위직에는 고연봉이 책정되는 모순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은 중독 재활의 핵심인 현장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