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지의 핵심인 돌봄, 왜 보상은 외면받나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본질적인 노동은 무엇일까. 첨단 기술의 개발이나 거대 건축물의 건설, 혹은 막대한 자본 이익을 창출하는 일들이 그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식사하기 힘든 노인을 보살피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위생을 관리하며, 치매 어르신의 곁을 지키는 돌봄 노동의 가치는 어떠한가. 이러한 노동이 부재할 경우 누군가는 직장을 포기해야 하고, 환자는 시설로 옮겨져야 하며, 가정의 일상적 기능마저 마비된다. 즉, 돌봄은 생명을 유지하고 타인의 경제활동을 가능케 하는 필수 노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이 핵심 노동은 시장에서 낮은 보상을 받는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다.

급증하는 고령 인구와 돌봄의 전문성 간극

국가데이터처의 '202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인구는 1,112만 5,000명에 달하며 전체 인구의 21.6%를 차지한다.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고령자인 시대가 온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인구 통계를 넘어 의료, 요양, 주거, 식사 지원 등 사회적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돌봄이 여성의 무상 노동으로서 가족의 책임으로 치부되었으나, 이제는 유급 서비스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그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돌봄은 치매 환자의 행동 변화를 살피고 응급상황에 대처하며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고도의 판단력과 감정 역량이 필요한 전문 영역임에도, 여전히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업무로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낮은 임금 구조와 지역 돌봄 체계의 위기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자료 및 국회 공개 자료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근로 여건은 열악하다. 노인요양시설 종사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79시간, 임금은 214만 1,000원 수준이며, 주야간보호기관은 177시간 근무에 197만 8,000원을 받는다. 특히 방문요양의 경우 월평균 89시간 근무에 107만 2,000원을 받는 구조로, 이용자의 일정에 따라 소득이 불안정하고 이동 비용과 신체적 부담이 크다. 이러한 낮은 보상은 생산성 문제라기보다 시장 가격이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 돌봄 인력 부족은 가족의 경제활동 제약과 지역 소멸 문제로 이어진다. 전남(27.4%), 경북(26.1%), 강원(25.7%) 등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일수록 돌봄 체계 구축은 지역 생존의 핵심 과제가 된다.

지속 가능한 돌봄 생태계를 위한 제언

경기도 부천시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 사례는 시사점을 준다. 2019년부터 시작된 부천시의 사업은 37개 동 행정복지센터와 58개 민관기관이 협력해 노인이 거주지에서 의료와 요양 서비스를 받도록 지원한다. 올해 3월 전국 시행된 통합지원제도 시범사업 결과, 참여자의 요양병원 입원율과 시설 입소율이 각각 4.6%p, 9.4%p 낮아졌으며 가족 부양 부담 경감 응답도 75.3%에 달했다. 그러나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전달체계를 넘어 돌봄 노동자의 안정적인 처우가 전제되어야 한다. 전문성을 인정하는 교육과 경력 체계를 마련하고, 방문요양의 불안정한 소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돌봄을 비용이 아닌 사회적 투자로 인식하고, 노동자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 사회 전체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