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급락 속 돋보인 퀄리티·소비재 전략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던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자, 뉴욕 금융권 투자자들이 부채 부담이 적고 수익성이 견고한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최근 급등한 종목을 추종하던 기존의 투자 전략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필수소비재와 우량주 중심의 상품들은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방어주 역시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점을 들어, 업종의 명성만 믿고 섣불리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팩트셋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간 S&P500 정보기술 섹터는 6.8%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보였다. AI 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차입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공포가 매도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상승세가 강한 종목에 집중하는 '모멘텀' 전략도 위기를 맞았다. 인베스코 S&P500 모멘텀 ETF와 아이셰어즈 MSCI 미국 모멘텀 팩터 ETF는 각각 10.1%와 10.5%씩 급락하며 기술주 비중이 높은 상품들의 충격을 여실히 드러냈다.

우량주와 필수소비재로 향하는 피난처

반면 재무 건전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은 퀄리티 팩터 상품으로 몰렸다. 아이셰어즈 MSCI 미국 퀄리티 팩터 ETF는 나스닥종합지수가 5.3% 하락하는 동안 0.1% 상승하며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LPL파이낸셜의 수석 주식전략가인 제프 부크빈더는 현재 시장 상황을 우량주 매수세가 지속되는 흐름으로 진단하며, 이러한 방식이 AI 관련주 중 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엠파워의 최고투자전략가 마르타 노턴 역시 낮은 부채 수준과 꾸준한 이익 창출 능력, 그리고 매출 성장 잠재력을 핵심 투자 조건으로 강조했다.

방어적 성격이 강한 업종으로의 자금 이동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필수소비재 셀렉트 섹터 SPDR ETF는 10월 중 10.9% 급등하며 1998년 상장 이후 최대 월간 상승률을 경신했다. 해당 ETF는 월마트, 코스트코, P&G와 같은 기업들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필수소비재는 경기 침체기에도 생필품 소비를 줄이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노턴 전략가는 최근의 급격한 주가 상승으로 인해 해당 업종이 고평가 영역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경고하며, 이익의 안정성과 주가의 저렴함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장 전체의 침체인가, 특정 섹터의 조정인가

지수 하락이 곧 시장 전체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을 사용하는 S&P500지수가 0.9% 하락할 때, 기업별 비중을 균등하게 설정한 인베스코 S&P500 동일가중 ETF는 오히려 약 5% 상승했다. 이는 대형 기술주들의 약세가 시장 전체의 수요를 꺾은 것이 아니라, 특정 종목에 국한된 현상임을 시사한다.

결국 이번 시장 변동성은 AI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재무적 체력을 검증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마르타 노턴 전략가는 기업과 고객의 AI 활용 방식이 변화할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언급하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AI 기술의 유무가 아니라, 보유한 기업이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 창출 능력과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갖췄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