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되는 진료 기록과 상담 서비스
반려동물 의료 현장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진료 환경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수의사와 보호자 사이의 대화를 자동으로 기록하는 것은 물론, 복잡한 건강검진 데이터를 정리하거나 엑스레이 영상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등 AI의 적용 범위가 급격히 확장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은 진료 업무를 지원하는 AI 솔루션을 새롭게 선보이거나 기존의 유망한 사업을 인수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인 우리엔(Woorien)은 최근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전자차트(EMR) 시스템에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한 '위보이스 2.0(weVoice 2.0)' 서비스를 공개했다. 전자차트는 반려동물의 검사 데이터, 처방 내역, 진료 내용 등을 관리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위보이스 2.0은 수의사가 별도의 외부 프로그램을 실행할 필요 없이 우리엔의 클라우드 기반 전자차트인 'PMS365'와 'e-Friends365' 내에서 즉각적으로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강점이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단순한 음성 기록을 넘어선다. AI가 수의사와 보호자의 대화 내용을 분석하여 진료기록을 자동으로 생성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호자가 전달한 반려동물의 증상과 수의사가 확인한 검사 결과, 향후 치료 계획 및 진료 소견 등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기록한다. 또한 '플로우(Flow)' 기능을 통해 반려동물의 첫 내원부터 입원, 검사, 연속적인 진료 이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AI가 요약한 주요 이력을 바탕으로 증상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보호자와의 상담을 돕는 '체크포인트' 기능은 신체 부위별 그림을 활용해 진료 상태를 시각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소통의 질을 높인다.
AI 기반 검진 리포트와 의료영상 분석 기술
검진 결과의 효율적인 전달을 위한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아이엠디티는 우리엔과 손을 잡고 AI를 활용해 건강검진 리포트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클레어 건강검진' 정식 버전을 선보였다. 기존에는 병원 직원이 혈액검사나 소변검사, 안과 및 치과 검사, 영상검사 등의 수치를 일일이 입력해야 했으나, 이제는 AI가 전자차트의 정보를 불러와 보고서 초안을 작성한다. 여기에는 추가 검사 필요성이나 추적 관찰 권고, 종합 소견까지 포함된다. 수의사는 AI가 만든 초안을 검토하고 수정하여 보호자에게 최종 전달하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다.
의료영상 판독 분야에서는 기업 간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확장도 나타나고 있다. 동물병원 네트워크 기업인 코벳(COVET)은 최근 SK텔레콤으로부터 반려동물 의료영상 분석 AI 서비스인 '엑스칼리버(X Caliber)'의 관련 자산과 사업권을 인수했다. 엑스칼리버는 SKT가 국내 수의과대학 및 동물병원들과 협력해 개발한 기술로, 엑스레이 영상을 AI가 분석해 수의사의 판독을 돕는다. 2022년 국내 출시 이후 호주, 북미, 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한 서비스다. 기존에 국내 유통을 맡아온 코벳은 이번 인수를 통해 직접 운영과 사업 전개를 담당하며, 현장 수의사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기능 개선과 고객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동물병원 내 AI 도입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AI는 영상 판독 보조를 넘어 진료 기록 관리, 검사 결과 정리, 보호자 상담 지원 등 진료 전반의 프로세스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존 전자차트 시스템과 AI의 결합이나 특화된 영상 분석 서비스의 확산을 통해 동물병원의 다양한 업무 영역에 첨단 기술이 접목되는 사례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