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친밀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29일 원 장관은 법무부 및 국회와의 협의를 통해 이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으며, 이는 전날 국정감사에서 친밀관계 폭력의 처벌과 방지를 위한 전면적인 법제화에 동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원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연인이나 가족 간의 폭력이 단순한 개인적 갈등이 아닌, 반복적이고 악화되는 중대한 범죄임을 역설했다. 또한 대통령 주관 범정부 대응회의의 정책 방향에 발맞춰 여성 살해 통계 체계를 구축하고, 친밀관계 폭력 사망 사건을 분석하는 한편 가해자 격리와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관계 부처의 제도적 협력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사적 관계의 특수성 반영 못 하는 기존 법 체계

가정폭력처벌법이 제정된 지 약 30년이 흘렀고 2021년 스토킹처벌법이 도입되었음에도 친밀관계 폭력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범죄와 달리 가해자와 피해자가 사적인 관계를 지속하고 있어 폭력의 양상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채 심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법제도는 이러한 관계적 특성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의 가정폭력처벌법은 배우자나 사실혼 관계 등 가정 구성원 간의 사건에 국한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교제 관계나 결별한 연인 사이의 폭력에는 임시조치나 피해자 보호 명령을 적용하기 어렵다. 형사처벌은 가능할지 몰라도 가해자를 즉각 분리할 수 있는 보호 조치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스토킹처벌법 역시 특정 행위 요건을 엄격히 충족해야 보호 조치가 가능해, 교제 중 발생하는 반복적 폭력에 대한 보호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형사 절차 중심의 전면 개정 논의

1997년 제정된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목적으로 두며, 가해자 처벌보다 상담이나 수강 명령 등 교정을 중시하는 '가정보호사건' 절차를 운용해 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방식이 90년대의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타협적 산물'이라고 평가하며,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위한 제도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별도의 법을 만들기보다 가정폭력처벌법을 전면 개정해 교제폭력까지 포괄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개정의 핵심은 보호 대상을 교제 관계까지 확대하고, 기존의 보호 중심 체계를 형사 절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검사가 사건 처리 전 재범 위험성을 조사하고 전담 수사 인력과 피해자 변호사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국회와 정부의 입법 움직임

입법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친밀관계폭력 처벌법·방지법'으로의 전면 개정 초안을 공개했다. 해당 안에는 강압적 통제나 반려동물을 이용한 위협을 폭력으로 규정하고, 경찰이 법원에 임시조치를 직접 청구하거나 가해자를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접근금지 범위를 2km로 넓히고 전자장치 부착을 통한 감시 강화도 논의 중이다.

성평등가족부 역시 현행법상 적용되는 반의사불벌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가 가해자의 압박이나 보복 두려움 때문에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교제폭력을 포함한 다양한 친밀관계 폭력을 포괄할 수 있는 최적의 입법 방식을 찾기 위해 법무부와 구체적인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