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삶을 무너뜨리는 뇌졸중의 숨은 주범

치매와 함께 노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으로 꼽히는 뇌졸중은 예고 없이 찾아와 신체 마비나 언어 장애를 유발하며, 평생 유지해온 독립적인 일상을 단숨에 파괴한다. 환자 개인의 고통은 물론 가족의 돌봄 부담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 발생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 선제적인 차단 방안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동안의 예방책은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흡연 등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위험 인자 관리에 치중해 왔다. 하지만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심방세동이라는 변수가 중요해진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상부 방인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하지 못하고 가늘게 떨리는 부정맥의 일종이다. 이로 인해 심방 내 혈액이 정체되어 혈전이 생성되고, 이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발생한다. 심방세동 환자는 일반인보다 뇌졸중 위험이 약 5배 높으며, 특히 80대 노인 4명 중 1명은 심방세동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무증상 환자의 급증과 국가검진의 공백

심방세동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이 어렵다. 가슴 두근거림을 예상하기 쉽지만, 고령층은 단순히 기력이 떨어지거나 피로감을 느끼는 정도에 그치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에야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대한부정맥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환자 수는 2013년 약 44만 명에서 2022년 약 94만 명으로 10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했다. 유병률 역시 60세 이상에서 5.7%, 80세 이상에서는 13%에 달한다.

다행히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은 예방이 가능하다. 심방세동 자체를 완치하지 못하더라도 항응고제를 복용하면 위험도를 60~70%까지 낮출 수 있다. 최근 사용되는 경구용 항응고제는 과거 와파린보다 뇌출혈 위험이 적고 복용 편의성도 높다. 또한 심전도 검사를 통해 비교적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 기술과 스마트 기기, 그리고 정책적 과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가 뇌졸중 발생 후에야 진단받는 이유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서 심전도 검사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비용 효율성과 위양성 문제로 제외된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술적 여건은 변했다. 무증상 지속성 심방세동은 단 한 번의 검사로도 식별이 가능하며,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단일유도 심전도 판독을 활용하면 인력과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대한부정맥학회가 65세 이상 대상의 심전도 국가검진 도입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음에도 정책 반영은 미비한 상태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나 패치형 기기 등 휴대용 장비를 통해 간헐적 심방세동을 쉽게 포착할 수 있게 되었으나, 정작 위험군인 고령층에게는 접근성이 낮다. 기기 구매 비용이 부담스럽고 스마트폰 연동 등 디지털 활용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하기보다 국가가 고위험 고령층에게 검진 기회를 직접 제공해야 한다.

예방 중심 의료 체계로의 전환 필요성

검진 확대가 곧바로 뇌졸중 감소로 직결되려면 정확한 검증과 발견된 환자를 항응고 치료로 연결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완벽한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국내외 지침에 따라 65세 이상은 진료 시 맥박을 확인하고 75세 이상이나 고위험군은 심전도 검사를 받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 차원의 시범 사업을 통해 한국 실정에 맞는 비용 대비 효과성을 서둘러 검증하여 검진 도입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는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장애 없는 독립적 삶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간단한 검사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뇌졸중이 발생한 뒤 원인을 찾는 사후 의료에서, 발생 전 위험을 미리 찾아내는 예방 중심의 의료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박현영 노원을지병원 심장내과 교수(전 국립보건연구원장)의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