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적 시간과 농업의 생존법

지구라는 행성을 형성한 근간은 오랜 세월 동안 얼어붙고 끓어오르며 녹고 굳기를 반복해 온 고체 상태의 돌멩이다. 마샤 비외르너루드가 저술하고 김소정이 번역한 코쿤북스의 신간 '돌멩이의 시간 감각 外'(1만9800원)는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존재인 돌멩이를 통해 지구의 탄생과 인류의 발원 과정을 조명한다. 저자는 돌멩이가 지닌 시간의 감각을 통해 인류가 마주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탐구한다.

한편, 두물머리에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유기농업에 종사해 온 농부의 기록도 출간되었다. 한티재에서 나온 '최요왕 지음'(2만원)은 낭만적인 귀농의 환상 대신 흙의 질감이 느껴지는 실제 농업의 현장을 다룬다. 저자는 4대강을 둘러싼 갈등과 남태령의 연대, 그리고 밭과 부엌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농민에게 순결성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인증 제도의 허점과 청년 농부들을 파산으로 내모는 스마트팜의 문제점 등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권력의 재편과 미디어의 변화

역사적 관점에서의 재해석도 눈에 띈다. 갈무리에서 출판된 마이클 하트의 저서(안호성 옮김, 2만4000원)는 흔히 혁명의 시대였던 1960년대와 달리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오해받는 1970년대를 재조명한다. 저자는 70년대를 새로운 형태의 권력 구조가 형성된 시기로 규정하며, 해방신학이나 광주에서 목격된 참여 민주주의의 가능성처럼 당시 새롭게 등장한 저항의 방식들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산업의 격변을 다룬 책도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어느덧 10년이 흐른 시점에서, 유건식이 저술하고 팬덤북스에서 펴낸 '유건식 지음'(2만원)은 넷플릭스를 '트로이 목마'로 정의한다. 이 책은 넷플릭스가 한국 미디어 시장의 취약한 지점을 공략하며 치밀하게 성공을 거둔 전략을 분석하는 한편, 그 화려한 성공 이면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와 이에 대응해야 할 한국 미디어의 과제들을 폭넓게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