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일 월요일 오전,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인지하고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해당 소식통은 중국인이 아니었다.

소식통이 전달한 자료는 SNS X(옛 트위터)에서 캡처한 게시물이었다. 작성자는 미국에 거주하며 스스로를 중국민주당 주석이라 소개한 셰(Xie, 謝) 씨였다.

시나리오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가짜 뉴스

셰 씨의 게시물에 따르면, 김정은의 사망으로 인해 김주애로의 권력 승계 계획이 무산되면서 북한 내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 공산당이 정권 안정을 위해 9,000명의 병력을 평양에 급파했다는 내용과 중국 인민해방군 북부 전구가 3급 고도경계 태세에 들어갔다는 소문, 중국군의 휴가 복귀 명령 및 이동 통제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에 이른바 '급변사태'가 발생한 것이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줄 사건이다. 셰 씨는 '소문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통제된 사회에서 유언비어는 종종 중요한 진실을 품기도 한다. 중국 출신 반체제 인사인 그의 글을 읽으며, 만약 소문이 진짜라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복잡한 심경으로 내용을 검토했다.

이번 '가짜 김정은 사망설'은 셰 씨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확산되었다. 그는 10월 24일, 김정은이 회복하여 의료진을 만나는 장면이 북한 TV에 공개되었다며 영상을 첨부했으나, 이는 코로나19 시기에 촬영된 과거 영상일 뿐 거짓으로 밝혀졌다.

반복되는 거짓 정보와 근거 없는 주장들

글의 구조를 보면 소문이라기보다 정교한 '시나리오'에 가까웠다. 보통의 소문은 '숙청됐다'거나 '살아있다'는 식의 핵심 전언을 담지만, 셰 씨의 글은 사망, 승계 실패, 내전, 중국군 파견이 하나의 흐름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외부에서 알 수 없는 중대 사건들이 단기간에 모두 일어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으나, 초유의 사태를 고려해 예단하지는 않았다.

특히 중국군 9,000명이 평양에 파견되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관련 보도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고, 대규모 병력 이동이 있었다면 한미 정보 당국에 포착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너무나 조용했다. 셰 씨의 계정을 조사한 결과, 그는 시진핑 주석의 권력 이양설이나 원자바오 전 총리 부부 체포 지시설 등 확인이 어려운 대형 미확인 소문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반복해서 게시해 왔다.

또한 그는 10월 18일 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인 차이치(蔡奇) 중앙판공청 주임이 구금되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차이치는 10월 13일 행사에 참석했으며, 22일에도 시진핑 주석과 함께 장정 승리 90주년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게다가 그는 리창(李強) 총리의 권력 서열을 2위가 아닌 3위로 언급하는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틀리는 자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검증을 통해 드러난 북한의 정상적인 활동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셰 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 추정하고, 더 공식적인 단서를 찾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당국의 북한 교류 소식을 살폈다. 조사 결과, 사망설 유포 직전까지 북한은 정상적인 외교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10월 17일 황만복 강원도 인민위원장은 중국 장쑤성 방문을 위해 출국했고, 3일 뒤 난징에서 신창싱 당서기를 만났다. 김정은이 사망했다면 취소되었어야 할 일정이었다. 러시아와의 교류도 마찬가지였다. 10월 19일 김철원 중앙검찰소장 일행은 러시아 모스크바로 출국했는데, 이는 2024년 7월 이고르 크라스노프 러시아 검찰총장의 방북에 대한 답방 차원이었다. 급변사태가 있었다면 연기할 수 있는 일정이었다.

결국 약 3시간의 초보적 검증 끝에 북한에 중대 사태는 없다는 상식적 판단에 도달했다. 나는 이 소문에 더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었으며, 언론으로서 기사화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다음 날, 여러 국내 매체가 '김정은 사망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셰 씨는 뇌출혈로 베이징에서 치료받다 사망했다는 자극적인 내용과 AI로 만든 가짜 사진까지 유포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거짓 영상이 포함된 그의 게시물은 하루 만에 4만 8천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셰 씨가 날조한 소문들이 난무하는 사이, 살아있는 김정은은 중국 방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10월 24일, 김정은은 자동차를 타고 신압록강 대교를 건너 중국 단둥을 깜짝 방문하며 자신의 사망설을 보도한 언론들을 비웃듯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