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가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투자 규모와 미 정부의 부채한도 운용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월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AI 산업을 포함한 기업 전반에 대한 규제의 고삐가 죄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화당이 의회 주도권을 거머쥐게 되면 재정적자가 심화되면서 국채 시장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적 변화와 시장의 역사적 흐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와 공화당의 의회 양원 장악 이후 S&P500지수는 약 2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강세는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 성장과 AI 분야의 막대한 자본지출이 견인했으나, 동시에 미 국채 금리 또한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미국 경제의 여러 부문으로 파급되는 양상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중간선거가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1930년 이후 대통령 소속 정당이 하원 장악력을 상실한 사례는 8차례였으며, 그중 5번은 선거 이후 연말까지 S&P500지수가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선거일부터 연말까지의 지수 상승률 중간값은 1.4%로, 전체 중간선거 기간의 평균치인 1.9%를 약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승리 시: AI 규제 강화와 시장 변동성
현재 예측으로는 민주당이 하원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높으나 상원 장악 여부는 불투명하다. 만약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점유한다면 AI 산업에 대한 감독과 규제가 대폭 강화되어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민주당은 기업 전반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통해 규제 완화 기조에 제동을 걸 수 있으며, 이는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또한 AI 기업에 대한 의회 조사는 데이터센터 설립을 반대하는 여론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존재한다.
레이먼드제임스의 에드 밀스 워싱턴 정책 애널리스트는 의회 조사가 최첨단 AI 모델의 안전 기준 마련과 사고 보고 의무화, 독립적 평가 도입을 앞당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에 대한 책임과 규제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트럼프 일가와 관련된 가상자산 및 예측시장 산업 간의 이해관계 조사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승리 시: 재정 적자 심화와 국채 시장 압박
민주당이 하원을, 공화당이 상원을 차지해 권력이 분산되면 연방정부의 셧다운 위험과 부채한도 관련 정치적 대립이 격화될 수 있다. 이는 이미 국가신용등급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담이 된다. 재정적자와 이자 비용 급증에 대한 우려 속에, 국방비와 의료 보조금 사이의 지출 우선순위 조정이 재정적자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러한 갈등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의 에드 클리솔드 수석 전략가는 민주당의 하원 장악이 증시 상승세를 둔화시킬 순 있어도 상승 자체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정치적 교착 상태가 시장에 긍정적이라는 인식이 있으며, 민주당 재임 기간의 주식시장 성과가 공화당 시절보다 좋았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공화당이 압승한다면 추가 세제 개편이나 국방비 확대로 인해 재정적자가 악화될 수 있다. 뉴메라애널리틱스의 호아킨 크리츠 라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공화당의 승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재정정책 의제에 정당성을 부여해 미국의 재정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책 환경의 양극화
코페이의 칼 샤모타 수석 시장 전략가는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국채 금리 상승을 통해 초기에는 달러화를 지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재정적자에 기반한 정책 확대와 해외 군사 개입 용인이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환헤지 비중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JP모건 전략가들은 공화당이 의회 주도권을 유지할 경우 규제 완화와 인허가 절차 가속화를 통해 AI 및 인프라 구축에 가장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미 악화된 미국의 재정 여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