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과 부도 위험에 대비한 금융 방어막 확산
인공지능(AI) 투자 거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가 급락이나 기업의 채무 불이행 상황에 대비해 '손실 보험'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핵심 수익원인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임대료 하락 가능성까지 고려한 파생상품이 등장하면서, 낙관적인 전망 이면에 숨겨진 위험을 관리하려는 금융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주요 수혜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자 투자자와 기술 기업 경영진들은 손실을 방어할 수 있는 금융 도구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9% 하락하며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월간 하락 폭을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이 주로 활용하는 수단은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과 기업의 부도 시 손실을 보전받는 '신용부도스왑(CDS)'이다.
GPU 임대료 하락과 기업 부도 위험 관리
클라우드 전문 기업 코어위브의 풋옵션 거래량은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풋옵션은 주가 하락 시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어 손실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지난주 55달러 수준이었던 코어위브 주가와 관련해, 2028년 만기 조건으로 주식을 35달러에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막대한 부채를 끌어다 인프라를 확장해온 업체의 주가 변동성에 대비하려는 전략이다.
기술 기업 임직원들의 자산 보호 수요도 높다. 게이트웨이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스의 스티븐 솔라카 수석부사장은 일부 고객들이 사내 임직원 거래 제한 규정을 피하고 보유 주식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아예 퇴사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채권 시장의 보호 비용 역시 급등했다. 솔브의 데이터에 따르면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 주요 기업의 부도 위험을 방어하는 CDS 비용은 지난 한 달간 상승하며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파생상품을 통한 수익 구조 방어와 잔존가치 보증
수익 모델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정교한 상품들도 설계되고 있다. 점프트레이딩은 최근 연산능력 거래 조직을 신설하고 GPU 임대료 하락에 대비한 장외 파생상품을 개발 중이다. GPU 대여 업체가 미리 비용을 지불하면, 임대료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받는 구조다. 올해 GPU 시간당 임대료는 약 56% 상승한 7.56달러를 기록했으나, 공급 과잉 시 임대료가 급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임대료가 4달러 아래로 하락할 경우 점프트레이딩이 차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만약 임대료가 3달러까지 내려가더라도 대여 업체는 1달러를 보상받아 최소 4달러의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GPU를 담보로 자금을 빌려준 기관을 위한 '잔존가치 보험'도 출시되었다. 이는 장비 처분 시 발생하는 가치 하락을 보전해주는 상품으로, 처분 금액이 약정된 최저가보다 낮으면 보험사가 차액을 지급한다.
칩 제조사들이 직접 보증에 나서며 시장 안정화를 꾀하기도 한다. 브로드컴은 지난달 앤트로픽의 630억 달러 규모 칩 리스 자금 조달 과정에서, 일부 은행의 이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약 435억 달러 규모의 선순위 대출에 대해 잔존가치 보증을 제공했다. 앤트로픽이 리스료를 미납할 경우 브로드컴이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데이브 올슨 점프트레이딩 사장은 이러한 위험 회피 거래 규모가 전체 AI 투자액에 비하면 아직 미미하지만, 시장을 비관하지 않더라도 보험은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