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25% 유지와 디플레이션 탈출의 신호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30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1.25%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확정했다.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이틀간 진행된 회의에서 정책위원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짐에 따라 내려졌다. 다만 다카타 하지메 심의위원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며 이번 동결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제 상황과 물가 리스크, 금융 환경의 흐름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금리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유가 상승과 엔화 약세,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인한 물가 압박을 고려해 금리를 '1% 정도'에서 '1.25% 정도'로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으며, 이는 1995년 이후 31년 만에 기록된 최고치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제 관심사는 금리 여부보다 물가에 대한 중앙은행의 판단에 쏠렸다.

2% 물가 목표 도달과 통화정책의 전환점

일본은행이 발표한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일시적 변동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와 대체로 일치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0년 넘게 지속된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사실상 종식되었음을 시사하며,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근거로 해석된다. 2013년 1월 2% 물가 목표를 설정한 이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펼쳐온 일본은행은 약 13년 만에 이 수치에 접근하게 됐다.

최근 물가 상승은 중동 정세에 따른 원유가 상승과 임금 인상에 따른 수요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우에다 총재는 2% 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으로 정착되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를 위해 단순히 기다리기보다는 금융정책을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시점에 달성 선언을 하는 방식은 취하지 않겠다고 덧붙인 그는, 물가 안정 목표의 지속적인 실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금리 인상 방향과 경제 성장 전망

일본은행은 현재의 완화적 통화 환경을 고려해 경제와 물가 상황에 따라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금융완화 정도를 조절할 방침이다. 다만 인상 시점과 속도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변화, AI 관련 수요, 환율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우에다 총재는 중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2% 수준에 안착했는지와 임금 및 가격 결정 행태가 이와 부합하는지를 핵심 지표로 살피겠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오는 12월 차기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일본은행은 2026년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포인트 높인 0.7%로 상향 조정했다.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경제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으나, AI 수요 증가와 정부 시책, 완화적 금융 환경이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기존에 보유했던 상장지수펀드(ETF) 매각 속도를 내년 1월부터 2.6배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간 장부 기준 매각 규모는 약 8,600억 엔으로 늘어나며, 시장가 기준으로는 연간 2조 4,600억 엔에 달하게 되어 매각 완료 시점이 43년으로 대폭 단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