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려진 사업 숫자와 실효성 없는 예산 집행

경향신문이 정부와 16개 광역지자체가 올해 추진하는 청년 관련 사업 1,965건(총예산 32조 9,000억 원)을 전수 조사한 결과, 청년 문제와 직결되지 않거나 타 연령대도 참여 가능한 사업이 48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 사업 4개 중 1개가 실질적인 청년 정책이라 보기 어려운 '무늬만 청년정책'임을 의미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이 정책의 질보다 양적 팽창에만 치중하며 사업 숫자를 늘리는 데 급급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

정책의 내용적 불균형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학생이나 정규직, 기혼자 등 특정 계층에 혜택이 쏠린 정책이 다수 포진한 반면, 저소득층이나 자립준비 청년, 고립·은둔 청년, 가족돌봄 청년 등을 위한 맞춤형 대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러한 편중 현상은 사회적 지원이 절실한 취약계층 청년을 소외시키고 세대 내 자산 격차를 심화할 위험이 있다. 이로 인해 전체 정책 가짓수는 2,000개에 육박하지만, 실제 청년 100명당 이용하는 정책은 47개에 그쳐 낮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청년들이 자신에게 맞는 정책을 찾기 어렵고, 복잡한 절차나 높은 신청 기준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예산과 대비되는 청년들의 악화된 현실

청년 이슈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며 관련 사업과 예산 규모는 커졌다. 2021년 '청년정책 시행계획'이 도입된 이후 5년 동안 사업 수는 약 400건, 예산 규모는 약 7조 원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청년 고용률은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2030세대의 무주택 비율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내년도 43조 원 예산, '공급자 중심' 탈피해야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주거와 취업, 창업 지원 등을 포함한 청년 예산을 올해보다 53.5% 증액한 43조 3,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청년 문제에 대한 정부의 높은 관심은 긍정적이나, 단순히 청년이라는 명칭만 붙였거나 공급자 편의 위주의 사업, 혹은 단기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 주를 이룬다면 내년에도 청년의 삶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예산 확대와 더불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사업을 과감히 정비해야 하며, 수요자인 청년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결국 청년정책의 성패는 예산 규모가 아니라 청년들이 실제로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내년도 증액된 예산이 적재적소에 투입되어 청년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쓰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