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전시물 훼손 혐의로 기소된 활동가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이유로 용산 전쟁기념관의 전시물에 '포스트잇'을 붙여온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첫 공판에서 자신들의 행위가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이세창 부장판사는 2일,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기소된 권현우 한베평화재단 사무총장과 '전쟁기념관을 바꾸는 시민활동가들의 모임 탄탄이' 소속 활동가 4명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거짓' 문구 부착 퍼포먼스와 법적 쟁점
이들은 지난 2023년 11월부터 2024년 2월 사이,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 해외파병실에 배치된 '채명신 주월한국군 사령관 훈령 팻말' 복제본을 대상으로 퍼포먼스를 벌였다. 해당 전시물은 '백 명의 베트콩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양민은 반드시 보호한다'는 내용의 채명신 사령관 훈령을 담고 있다. 활동가들은 마스킹 테이프와 포스트잇을 활용해 해당 팻말에 '거짓'이라는 글자를 적어 붙였다. 이들은 1968년 발생한 퐁니 사건 등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법원 판결로 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념관 측이 비판 없이 기존 전시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벌금 청구와 피고인 측의 반론
전쟁기념사업회의 고소로 시작된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팻말 교체에 약 104만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판단해 200만 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하지만 활동가들이 이에 불복하면서 정식 재판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공소요지를 통해 피고인들이 해외파병실 베트남전 전시 공간의 훈령 전시물에 부착물을 붙여 그 효용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은 부착물을 떼어낸 후에도 전시물이 원래 기능을 온전히 유지했기에 훼손이 아니라고 맞섰다. 또한 훼손을 막기 위해 사전 실험을 거쳐 탈부착이 용이한 재료를 사용한 만큼, 전시물의 효용을 해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향후 재판 일정
재판부는 양측의 상반된 주장을 확인한 뒤, 향후 공판 과정에서 전쟁기념관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재판은 내년 3월 15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