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상자산 넘어 건설업계까지 번진 해킹 공포

지난 9월 말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등에서 시작된 고객 데이터 유출 사고는 최근 제2금융권과 가상자산 시장으로까지 그 여파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미래에셋생명과 대신증권 같은 금융사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에서도 고객 정보가 무단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여기에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인 G마켓에서 모바일 상품권이 도용되는 사건까지 겹치며 국민적 불안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보안 사고의 파장은 금융권을 넘어 사회 전방위로 확산 중이다. 교회 해킹 피해에 이어 지난주에는 국내 건설업계에서도 정보 유출 사고가 보고되었다. GS건설은 지난달 30일, 아파트 내 독서실이나 실내 골프장 같은 커뮤니티 시설의 예약 관리 시스템이 해킹당해 일부 고객 정보가 유출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피해를 입은 아파트 단지가 어디인지, 유출된 데이터의 구체적인 규모와 범위가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거 침입 위협하는 민감 정보 유출과 글로벌 해킹 위기

GS건설의 발표에 따르면 유출된 정보에는 고객의 성명과 생년월일, 연락처, 주소는 물론이고 거주 형태(집주인 또는 세입자 여부)와 출입 카드 번호 등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정보가 제3자에게 넘어갈 경우 무단 침입과 같은 실질적인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크다. 사이버 보안 업계 전문가들은 보안 체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타 건설사 아파트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정보 유출이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해킹 문제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현상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약 63억 달러(한화 약 8조 4천억 원) 규모의 해킹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가상자산 가치가 급락하고 일부 자산이 동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AI 기술 악용한 해킹 고도화, 국가적 대응책 절실

인공지능(AI) 기술의 진보가 보안 위협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해커들이 AI를 활용해 시스템의 취약점을 자동으로 찾아내고 공격 속도를 높이면서 피해 규모 또한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이번 금융권 사고 역시 외부 시스템의 인증 절차나 접근 통제가 미비하여 업무용 웹 시스템과 사내 그룹웨어가 연달아 침입당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기술 발전이 주는 편의성 이면에 해킹으로 인한 피해 확산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은행권 등 주요 기관은 내부 직원이나 기존 접속자에 대해서도 단계별 검증을 예외 없이 실시하고, 접근 권한을 최소화하며 실시간으로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등 보안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또한 기업이 보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법적 책임 강화와 규제가 병행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해킹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