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신상공개 결정 건수 17명으로 역대 최고치 경신
올해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로 결정된 강력범죄 피의자가 총 17명에 달하며 역대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한 달 사이에는 5명의 피의자가 추가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강력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결정이 점차 빈번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일 경찰청과 공소청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운영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 건수는 총 55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48건(87.3%)이 신상공개로 결정됐다.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4건이었던 결정 건수가 2023년 6건, 2024년 9건, 지난해 12건을 거쳐 올해 17건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연평균 4.6건과 비교하면 2021~2025년 사이 8.0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그보다도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10년 전인 2016년의 5건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한 달 새 5명 공개, 최근 발생한 주요 사건들
최근 한 달 동안 사상 처음으로 5건의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14일 전남 나주에서 60대 부부를 살해한 박용수(53)를 시작으로, 인천에서 흉기를 휘두른 최충락(59), 서울 송파구에서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김성우(26), 제주에서 전 연인을 살해한 강성은(61)의 신상이 차례로 공개됐다. 또한 서울 역삼동의 빌딩 두 곳에 방화한 77세 이 모 씨의 신상도 지난달 28일 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오는 3일 서울경찰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현행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범행 방식이 잔혹하고 공익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청과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은 법조계 및 학계 전문가 등 7~10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통해 수사와 기소 단계에서 신상공개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일관성 없는 기준과 여론 의존성에 대한 우려
하지만 최근 강력범죄 피의자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신상공개 대상자는 오히려 대폭 늘어나면서, 결정 기준의 일관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신상공개 대상이 되는 강력범죄 피의자 수는 2022년 2만 3521명에서 지난해 2만 2473명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신상공개 결정 건수는 반대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사건별로 사실관계가 상이하여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자의 사생활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잡다 보니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상공개 요건인 '잔인성'과 '중대성'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발생할 경우 수사기관이 여론을 의식해 엄정 대응 차원에서 심의위를 개최하는 경향이 있어, 위원회의 재량권이 과도하게 작용할 위험이 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대범죄신상공개법상 용어의 개념이 불분명해 객관적 판단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여론에 휩쓸리지 않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분석 작업도 요구된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상공개가 지역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동종 범죄 발생률 등을 면밀히 검토해 그 효과를 검증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공개 기준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