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통제권을 두고 벌이는 실리콘밸리의 사상 전쟁
"다섯 명의 남자가 우리 모두를 대신해 모든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메타(Meta)에서 약 4년간 최초의 민권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던 로이 L. 오스틴 주니어는 이처럼 경고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오픈AI의 샘 올트먼,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xAI의 일론 머스크, 그리고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까지. 이들 5인의 수장이 주도하는 AI 산업은 이미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
워싱턴 D.C.의 식당 '버스보이와 시인들'에서 만난 오스틴은 기술의 혜택에서 소외된 대중의 목소리가 배제된 채, 극소수의 부유한 인물들이 판을 짜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 또한 유튜브 연설을 통해 인류가 지배적 종의 지위를 잃고 AI에 대체될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샌더스 의원은 빅테크 수장들이 인류가 경악할 만한 방식으로 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원과 파멸 사이, 갈라져도 같은 뿌리를 가진 교리
이들 수장의 시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을 '악마를 소환하는 행위'라고 경고하는 동시에, 미래에는 돈이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구원의 메시지를 동시에 던진다. 샘 올트먼 역시 노동의 의무에서 벗어나 풍요를 누리는 미래를 그리면서도, 인류가 스스로의 후손을 설계하는 종이 될 것이라는 변화를 예고했다. 초지능을 '기계신(Machine God)'이라 부르는 실리콘밸리에서, 이들은 그 신의 권능을 세상에 구현하는 제사장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영국 런던대학교의 댄 맥퀼런 교수는 이들의 사상을 '둠주의(인류 멸망 방지)'와 '가속주의(황금빛 미래를 위한 속도전)'로 구분했다. 하지만 이 두 파벌은 서로 싸우는 듯 보여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전제를 공유한다. "초지능은 도래하며, 그것을 선점해야 하는 주체는 바로 우리다"라는 교리다. 오픈AI가 구글의 딥마인드 인수에 대응해 설립되었고, 앤트로픽이 안전을 명분으로 오픈AI에서 파생된 점은 이러한 공통된 목적의식을 증명한다. 위험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기술을 '우리가' 통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테스크리얼: 인류를 재설계하려는 새로운 종교
철학자 에밀 토레스와 연구자 팀닛 게브루는 이러한 흐름을 '테스크리얼(TESCREAL)'이라 명명했다. 이는 기술을 통해 인간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여 '포스트휴먼'이라는 다음 단계의 종을 만들려는 일곱 가지 사상의 결합을 의미한다. 이들이 꿈꾸는 존재는 현재의 인간보다 월등히 지능적이며, 수명이 연장되거나 불멸에 가까운 존재다. 길 듀란은 저서 [너드 라이히]를 통해 이들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를 마치 현실인 양 밀어붙이며, 자신들만의 신과 영생을 창조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샘 올트먼의 행보는 이러한 신앙 고백과 맞닿아 있다. 그는 기계와 융합하지 못한 인류는 진화의 곁가지로 사라질 것이라 언급했으며,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려는 스타트업 '넥톰'에 거액을 기부하거나 직접 뇌-AI 연결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피터 틸 또한 악마와 타협하기보다 차라리 신과 같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고귀하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열망을 뒷받침했다. 섀넌 밸러 교수는 이러한 '기계신' 사상이 초월을 위한 토대를 닦는다는 자부심을 자극하며 강력한 동력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력화된 이데올로기의 위험성
이러한 세계관은 단순한 '미친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강력한 실체를 갖고 있다. 에밀 토레스의 지적처럼, 대다수의 위험한 이데올로기가 권력이 없어 무시되는 것과 달리, 테스크리얼 사상은 천문학적인 자본 및 정부 권력과 결합해 있다. 초지능이라는 신은 아직 강림하지 않았으나, 그 신을 모시는 제사장들의 논리는 이미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거대한 권력의 엔진으로 작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