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번의 바늘 찌르기 고통, 단 한 번의 투여로 끝낼 수 있다면

강원도에 거주하는 B형 혈우병 환자 김아무개(48)씨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3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스스로 혈관을 찔러 약을 투여해왔다. 돌 무렵 무릎 관절 내출혈로 병을 진단받은 그는 수천 번의 주사로 인해 손등과 손목 피부가 검게 변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왔다. 김씨는 관절 출혈로 인해 이미 네 군데의 인공관절을 교체했으며, 사회적 편견 속에서 '약쟁이'라는 별명까지 견뎌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혈관을 찾기 위해 반복해서 바늘을 찔러야 하는 순간마다 눈물을 흘릴 만큼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혈액응고인자가 선천적으로 부족해 출혈이 멈추지 않는 유전 질환인 혈우병은 응고인자 종류에 따라 A형과 B형으로 구분된다. 전체 환자의 약 20%를 차지하는 B형 혈우병 중, 응고인자 활성도가 1% 미만인 중증 환자들은 사소한 충격에도 몸 곳곳에서 출혈이 발생한다. 그동안은 부족한 응고인자를 보충하기 위해 정맥 주사나 피하 주사를 반복적으로 투여해왔으나, 예상치 못한 출혈과 관절 손상을 완벽히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헴제닉스' 허가 2년 지났지만... 40억 원의 벽에 가로막힌 급여화

최근 단 한 번의 투여로 반복적인 주사 치료를 종결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 '헴제닉스(성분명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르보벡)'가 등장했다. 이 약제는 2024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약 4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 문제로 인해 2년 넘게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지연되고 있다. 환자들의 절실한 요청이 이어지고 있으나, 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혁신 신약의 급여화가 지연되는 현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단기적인 약가에 매몰되지 말고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효과를 우선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존의 급여 신청 심의 과정에서 높은 약가로 인해 구체적인 기준 설정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에 공모한 상태이므로 전문가들과 협력해 신속 트랙을 통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