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2'가 독식한 정비사업 시장

도시정비사업 수주 시장에서 건설사 간의 격차가 극심해지고 있다. 올해 1조 원을 상회하는 대형 프로젝트 중 절반가량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차지하며 독점적 지위를 굳히는 모습이다. 경쟁입찰 방식이 축소됨에 따라 두 기업이 우량 사업장을 선점하고, 다른 건설사들은 이들과의 정면 승부를 피하는 양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향신문이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 현황을 지난 2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으로 현대건설의 연간 수주액은 13조 3305억 원, 삼성물산은 10조 4686억 원에 달했다. 현대건설은 2년 연속 10조 원 고지를 밟았으며, 삼성물산은 처음으로 해당 수치를 돌파했다. 두 회사의 합산 수주액인 23조 7991억 원은 10대 건설사 전체 수주 규모인 47조 5210억 원 중 50.1%를 차지했다. 1월부터 10월까지의 비중을 비교하면, 2024년 33.0%였던 두 회사의 점유율은 지난해 41.2%로 늘어난 데 이어 2년 사이 33%에서 50%까지 급증했다.

서울 주요 입지 쏠림 현상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이른바 '압여목성' 지역의 조 단위 사업장들이 잇따라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10대 건설사의 전체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8조 1395억 원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이 증가분 중 93%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가져갔다는 사실이다. 나머지 8개 건설사의 수주액 증가 폭은 2.5%에 그쳤다. 특히 1조 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 11곳 중 6곳을 두 회사가 확보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3구역(5조 5610억 원)과 목동10단지(2조 6136억 원)를, 삼성물산은 여의도 시범아파트(2조 2685억 원)와 압구정4구역(2조 1154억 원) 등의 시공권을 따냈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10년 넘게 이어져 온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의 영향도 있으나, 경쟁입찰의 급감과 수의계약 확대가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1월부터 7월 사이 서울 정비사업장 25곳 중 경쟁입찰이 진행된 곳은 압구정5구역, 신반포 19·25차, 성수4지구 등 단 3곳뿐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사업장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며 건설사들의 선택권이 넓어진 것이 오히려 경쟁 동기를 약화시켰다고 진단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물량이 적을 때는 필사적으로 경쟁했겠지만, 지금처럼 선택지가 많은 상황에서는 치열한 입찰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선별 수주와 브랜드 경쟁력의 영향

공사비 상승에 따른 리스크 관리도 변수다.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불확실한 사업에 수백억 원의 입찰보증금과 수십억 원의 홍보비를 투입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 실패 시 발생하는 매몰비용을 고려해 '선별 수주'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여기에 재건축 이후 자산 가치를 결정짓는 브랜드 경쟁력과 금융 조달 능력에 대한 조합원들의 높은 기대치도 '빅2'의 독주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부 경쟁사들의 부진 역시 양극화를 부추겼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사고 발생 이후 올해 5위로 순위가 밀려났으며, 현대엔지니어링은 교량 붕괴 사고 이후 주택 사업 수주를 중단하며 2년째 정비사업 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한편, 경쟁입찰 감소로 인해 조합이 건설사의 공사비나 금융 조건을 비교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목동의 한 조합원은 브랜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유리한 조건인데, 단독 입찰로 인해 건설사가 제시하는 조건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 아쉽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