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30일 개최한 내년도 예산안 공청회에서 사상 최대치인 821조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과 미래대응기금 운용 방안을 두고 여야가 격렬한 대립을 이어가며 본격적인 예산 전쟁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성장 동력 위한 재정 투입인가, 국가 재정 파탄인가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업황 호조로 발생한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조성되는 '미래대응기금'을 활용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남근 의원은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 채무 축소만을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산업 경쟁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를 옹호했습니다. 또한 김 의원은 청년 주거 안정 등을 위해 주택도시기금 지출이 약 9조 8천억 원가량 늘어난 상황에서 더 과감한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건태 의원 역시 1986년 전두환 정부 시절의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세수 호황기에도 재정 건전성에만 매몰되었던 결과가 IMF 경제 위기로 이어졌음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2027년도 예산안은 과거와는 기술 경쟁력과 경제 기반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확보된 재원을 성장 동력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국회 통제 무력화 우려와 '머니 머신' 비판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예산안이 포퓰리즘적 성격이 짙어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현재의 재정 운용이 마치 '빚잔치'를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비판하며, 소득 재분배보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최우선 가치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자금줄인 '머니 머신'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배준영 의원은 미래대응기금이 실질적으로는 '미래소멸기금'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정부가 미래 대응을 명목으로 104조 원의 여유자금을 쌓아두면서도, 정작 부채는 채권 발행을 통해 106조 원까지 늘리려는 것은 국가재정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종욱 의원 또한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확장 재정을 강행하는 것은 정권의 쌈짓돈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국회의 통제를 우회하는 통로가 될 수 있는 미래대응기금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기금 운용' 향방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래대응기금의 효용성을 두고 의견이 갈렸습니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2026년과 2027년에 발생하는 초과 세수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기회 요인을 극대화하는 길이라며, 해당 기금을 AI 산업 등을 위해 5년에서 10년 단위로 운영하는 제도로 평가했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OECD와 IMF 등의 긍정적 평가를 인용하며, 인프라와 인력 양성의 시차를 고려할 때 선제적 투자가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 공급 능력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반대로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호황기에 들어온 재원을 영구적인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며, 부채를 줄여 재정을 건전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세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가 채무를 늘리는 것은 재정 관리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기금 계획의 폐기를 요구했습니다. 옥동석 인천대 명예교수 또한 내년 예산이 올해의 확장 기조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을 경계하며, 미래대응기금의 운영 방식이 예산총계주의라는 헌법적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