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사 창구 다변화와 리니언시 혼란
중대범죄수사청이 기업 간 담합을 자진 신고한 대상에게 형사상 감면을 제공하는 ‘형사 리니언시’ 신청의 직접 접수를 결정했다. 과거에는 검찰이 접수부터 수사와 기소 여부 판단, 그리고 구형 감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전담했으나,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현재는 공소청과 중수청이 모두 접수권을 갖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두 기관 사이의 구체적인 역할 분담이나 접수 기준에 대한 협의는 여전히 미비하다. 이로 인해 기존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신고하던 기업들은 이제 중수청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중수청이 반독점 관련 수사 인력을 확충하는 추세 속에서, 접수 창구가 여러 갈래로 나뉘는 현상이 기관 간의 기업 수사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책임 회피하는 '사건 핑퐁' 논란
정작 중수청이 책임져야 할 중대 범죄의 관할권 문제는 여전히 모호한 실정이다. 지난 23일, 서울지방중수청은 금융권의 인공지능(AI) 해킹 사건과 관련해 경찰 측에 ‘수사 불개시’를 통보했다. 이미 경찰 수사가 상당한 진척을 보였고 국제적인 공조 체계도 가동 중이기에 경찰이 수사를 지속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논리다. 수사 흐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찰은 해당 금융기관의 시스템이 ‘전자금융기반시설’에 포함될 수 있다는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이를 중대 범죄로 규정해 중수청에 넘긴 바 있다. 이처럼 수사 대상 여부를 두고 기관 간 판단이 엇갈리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면 결국 ‘사건 핑퐁’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중대 범죄는 서로 미루면서 기업 수사권 확보에는 열을 올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수청은 직접 접수 방식이 수사의 효율성을 어떻게 높일지, 기업의 혼란을 방지할 대책은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불확실성 키우는 리니언시 제도의 허점
리니언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자진 신고에 따른 혜택을 기업이 사전에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신고 순서에 따라 기소 면제나 구형 감경 여부가 결정되는데, 기관마다 신고 순위를 다르게 산정한다면 기업은 여러 기관에 동시다발적으로 신청할 수밖에 없다. 설령 중수청이 신고를 받더라도 실제 기소 여부와 구형을 결정하는 권한은 공소청에 귀속되어 있다. 접수 단계와 감면 판단 사이의 연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자진 신고를 독려하려던 제도가 오히려 기업의 불확실성만 가중할 위험이 크다. 담합 행위는 엄격하게 적발해 처벌해야 하는 만큼, 신고 절차와 감면 기준은 매우 투명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기업에 절차적 부담과 비용을 전가하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형사 리니언시의 접수 창구를 하나로 통합하고, 공정위 신고와의 연계성 및 접수 시점과 순위 인정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수사기관 간의 혼선을 기업의 몫으로 떠넘기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